인천의 모 교회에서 ‘그루밍 성폭력(Grooming·성적 길들이기)’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왜 유독 교회에서 그루밍 성폭력 의혹이 빈번하게 불거질까.
인천의 모 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브릿지임팩트 정혜민 목사와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는 6일 피해자 4명과 함께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로 지목한 A 목사와 이를 묵인한 그의 아버지 B 담임목사에 대한 사임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에 주장에 따르면 A 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중고등부·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
피해를 주장하는 C 씨는 “거부할 때마다 나를 사랑하고 그런 감정도 처음이라고 했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할까라는 생각에 ‘목사를 믿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D 씨는 “나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성적 장애가 있는데 나를 만나서 치유됐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오랫동안 ‘존경한 목사님’이어서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C 씨와 D 씨는 모두 “목사를 믿었었다”, “존경한 목사님”이라고 말하는 등 피해 당시 A 목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루밍 성폭력 가해 목사들은 세례를 받고 신앙 활동을 하는 피해 신도들이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인다. 피해 신도들이 빠져나가려고 하면 회유·협박하며 폭로를 막는다.
다수의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상습준강간)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E 목사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의 모 교회 신도들은 올 4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E 목사가 권위를 이용해 회유·협박하면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인 김혜숙 목사는 9월 ‘한국기독공보’ 칼럼을 통해 “그루밍 성범죄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사전에 신뢰를 쌓은 뒤 자행하는 성범죄를 말한다”면서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것이 성폭력인줄도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길들임을 당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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