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성추행 보지 못했다”…당시 참석자 증언

고은 측 증인 “성추행 있었다면 당연히 봤을 것”
당시 대화·다른 참석자 대해선 “기억 안 나”

고은 시인. 2017.9.1/뉴스1 © News1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박진성 시인의 주장과 관련해 문제가 된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고 시인 측 증인이 법정에서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그 이외의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7일 열린 재판에 고은 시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모 대학 책임연구원 A씨는 이 같이 주장했다.

박진성 시인은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2008년 4월 충남의 한 대학교에서 주최한 강연회 뒷풀이에 참석한 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당시 고 시인이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고도 썼다.

당시 뒷풀이에 참석한 A씨는 이런 행위가 있었는지 묻는 고은 시인 측 변호인의 질문에 “보지 못했다”며 “그런 행위가 명백하게 오픈된 장소에서 있었다면 당연히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그렇게 충격적인 걸 봤다면 소문도 다 날 것”이라며 “누가 발설하지 말라고 해서 덮어지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울면서 나가길래 택시를 태워 보내줬다’는 박 시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시인에 대해 “고 시인의 수제자인 김모 교수와 박 시인은 사이가 좋지 않다”며 “과거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행 혐의가 무혐의로 난 게 조명되지 않고 묻히니 이렇게 (거짓) 주장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박 시인 측 변호인과 최영미 시인 측 변호인 등은 A씨가 해당 뒷풀이 자리에 정말로 참석한 게 맞는지,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닌지 등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당시 A씨가 고 시인을 여러 번 만났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발생한 뒷풀이와 다른 자리를 착각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재판부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 A씨에게 ‘당시 뒷풀이에서 고 시인과 무슨 대화를 나눴냐’, ‘고 시인 옆에 누가 앉았냐’, ‘본인 말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냐’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다만 A씨는 해당 질문들에 대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고 시인 측은 최영미 시인이 요청한 ‘고은-최영미’ 대질신문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1994년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의 성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 시인 측 변호인은 “원고는 이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해 생각도 하기 싫어한다”며 “무조건 나오라고 한다면 또다른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해 소송을 취하하고 최 시인 등을 형사고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일단 고 시인의 소환을 보류하기로 했다. 내년 1월9일 오후 2시30분에 변론을 열고 최 시인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