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야지’…국회 의원이 앞장서서 일본말 사용, 국민 대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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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7일 18시 31분


사진=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지’(やじ)라는 일본어를 사용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향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석에서 일본어를 사용한 의원들이 거론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재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동료의원 질의를 평가하고 야지 놓는 의원들을 퇴출시켜달라”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야지’는 야유·조롱의 뜻을 가진 일본어다. 그러나 해당 용어는 이 의원만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이날 회의에선 여야 구분 없이 ‘야지’라는 용어가 계속 사용됐다.

이 의원에 앞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합 질의에서 동료 의원들 발언에 ‘야지’를 둔다든지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은 상임위에서도 거의 있지 않다. 말로만 포용 포용 하지 말고 동료의원 발언에 ‘야지’를 놓는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지 놓은 적 없다. 팩트와 인격을 갖추고 품격있게 질의하자”라고 응수했다. 이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 발언 때 (민주당 의원들이) 야지를 안 놨냐?”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공석에서 일본어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여럿 있다. ‘야지’를 언급했던 이은재 의원은 지난 2월 27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소유와 관련해 공세를 퍼붓던 중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제지를 받자 “왜 겐세이(견제라는 뜻의 일본어)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의원은 사과 입장을 밝혔다.

‘겐세이’라는 용어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께서도 상임위에서 겐세이라는 말을 쓰셨다. 기록에 의하면 2012년 10월 18일 법사위에서 대검찰청을 상대로 질의할 때 이런 실수를 했다”며 국회 속기록 사진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박 의원은 당시 “오늘 새누리당 간사이신 권성동 위원께서 전해철 위원의 질의 중에 피식피식 웃거나 뭐라고 소위 ‘겐세이’를 놓는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하는 것을 제가 봤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제가 발언한 겐세이는 그 앞에 ‘소위’를 붙이고 권성동 의원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이 의원은 데시벨을 높여 ‘깽판’ 발언 뒤에 점잖게 말리는 유성엽 위원장을 향해 겐세이를 말했으니…이건 격이 다르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 대표였던 지난해 9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 이후 국민의당을 ‘땡깡(생떼라는 뜻의 일본어) 부리는 집단’이라고 표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의원들을 질타하고 있다. 솔선수범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일반인들도 잘 쓰지 않는 일본어를 썼다는 점을 두고 의원들이 용어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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