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伽倻史) 복원을 말했지, 구봉초등학교를 없애라 하지 않았다.’ ‘30년 후에도 구봉초교에 오고 싶어요!’
경남 김해시 구지로 구봉초등학교(교장 이창두)에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은영 씨(44)는 요즘 집회와 기자회견 참석, 관련 기관 방문 등으로 바쁘다. 그는 ‘김해 구봉초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40년 가까이 된 이 학교의 존치를 위해 뛰고 있다. 구봉초는 2016년 경남도교육청의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선정됐다. 재학생은 321명.
이 위원장은 7일 “가야사 복원 과정에서 구봉초의 ‘공중분해’만큼은 막아낼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8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학부모들과 함께 김해시청 입구에서 허성곤 김해시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어 오전 10시부터는 김해시청 의정관에서 시의원, 시청 공무원이 참석하는 간담회도 마련한다.
1981년 문을 연 구봉초 북쪽으로는 김해박물관과 야트막한 구릉인 구지봉(龜旨峰), 김해수로왕비릉이 있다. 남쪽에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김수로왕릉이 있다. 이 일대는 구봉초와 김해서중, 김해건설공고, 김해여중, 김해교육지원청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교육단지다.
정부는 가야사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구봉초와 주변의 학교, 교육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찾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를 위한 선행 절차로 9월 김해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안건을 다룬 뒤 많은 학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호구역 지정을 확정했다.
결국 김해시 구산동 일원 9만3485m²에 1400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가야역사문화 환경정비 2단계 사업이 시동을 건 셈이다. 보호구역은 김수로왕 탄생 설화가 있는 국가 사적인 구지봉과 가야 왕의 무덤인 대성동 고분군 사이다. 문화재청과 김해시는 내년부터 계획 수립, 보상, 발굴 및 정비 사업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가야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야사 복원을 국정 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학부모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교육시설이 가야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봉초를 ‘가야사와 함께하는 박물관학교’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제안한다. 경북 경주(양동초, 황남초)와 전북 전주(풍남초), 충남 공주(수촌초)를 보더라도 문화재보호구역에 존치하는 교육시설이 많다는 설명이다. 외국에서도 살림집과 세계문화역사지구가 함께하는 곳이 더러 있으며, 고대사와 현대사의 공존 역시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위원장은 “구봉초의 현 상태 유지가 최우선이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분산이나 통폐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2012년 문화재청 조사에서 문화재가 발굴되지 않았다는 점도 곁들인다.
학부모들은 근거리 이전을 포함한 의견 조율을 위해 ‘가야사 2단계 사업 민관협의체’ 구성을 김해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민관협의체가 아니라 학부모가 빠진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세부 이전 계획 수립에 학부모, 학교를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어서 마찰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구봉초 학부모를 면담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 학교 시설 1개 이전에 적어도 400억 원 안팎이 들어가는 만큼 가야사 복원 예정지의 학교와 교육청 등을 모두 옮기려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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