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운동중학생 12명 시장실 찾아 문제 분석-설문조사 통해 대안 제시
한범덕 시장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임신부들이 계산대를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신부 마트 프리패스(Free pass)’ 제도를 청주권 대형 마트에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시청 2층 시장 집무실에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남녀 중학생 12명이 찾아왔다. 한범덕 청주시장의 안내로 집무실 한쪽의 대형 탁자에 앉은 학생들은 한 시장에게 자신들이 찾아온 이유를 당차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임신부는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약자로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임신부가 많이 이용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인 대형 마트에서 우선적으로 임신부 배려 정책을 도입해 운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임신부뿐 아니라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에게도 이를 적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장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정책들이 생활 속에서 정착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배석한 담당과장에게 학생들의 아이디어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한 시장을 찾은 학생들은 청주 운동중학교(교장 박호준)의 ‘사회참여동아리’ 소속 학생들. 전원 3학년인 이들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찾아내 청소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동아리 회원들은 2개 조로 나눠 지역의 문제점을 자발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파워레인저’라는 이름을 붙인 조는 ‘임신부를 위한 정책’을, ‘청주학생사회참여-CSSP’라고 명명한 다른 조는 ‘청주 중심가인 성안길에 흡연부스 조성을 통한 깨끗한 거리 조성’을 각각 주제로 잡았다.
이후 학생들은 방과 후 실태 파악을 위해 성안길과 대형 마트를 돌며 수백 명을 만나 자신들이 만든 설문지를 토대로 조사했다. 또 타 지역의 사례를 수집, 분석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았다. 최익현 군(15)은 “현장을 다니면서 우리 주변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깨닫고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들만의 ‘대안’을 찾은 이들은 지역 보건소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청와대 등에 이를 제안했다. 한 시장은 학생들이 시장에게 직접 이를 설명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흔쾌히 면담에 응했다. 한 시장은 이날 만남에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시정 전반에 대해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김태희 양(15)은 “우리가 제안한 정책들이 긍정적으로 검토돼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소한 것들에서 우리의 삶이 바뀐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영애 지도교사(46)는 “시장과의 만남 뒤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우리 같은 청소년들도 시정(市政)에 참여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정말 좋았다.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했다”며 “청소년들도 지역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서 할 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현장 중심 교육이 많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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