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뇌물 혐의’ 前전북교육감, 인천 식당서 檢수사관에 체포
대포폰 쓰고 인천 아파트 거주
교육계 인사 등 조력자 수사
6일 오후 7시 20분경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 식당에 전주지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수사관들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한 남자에게 다가가 “최규호 씨 맞죠?”라고 물었다.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이 남자는 포기한 듯 순순히 시인하고 체포에 응했다.
골프장 확장 과정에서 뇌물 3억 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다 2010년 9월 잠적한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71)의 8년 2개월에 걸친 장기 도주극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붙잡힐 당시 최 전 교육감은 비교적 말끔한 행색이었다.
최 씨는 제3자 명의의 인천 연수구 79.2m²(약 24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인천에서는 1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도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린 ‘대포폰’을 쓰고 있었다. 전화는 6개월에 한 번가량 바꿔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 전 교육감은 고령과 오랜 도피생활에서 얻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서 가족 명의로 대리 진료와 처방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병원 진료 기록, 그가 사용한 체크카드 명세 등을 추적해 사용 중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고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의 도피는 자금과 휴대전화, 거처 제공 등 제3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가족, 친인척, 교육 관계자 등 다수의 조력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광범위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동생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도피 과정에서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전북의 첫 직선 교육감이었던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을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부지를 골프장이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3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0년 9월 11일 변호인을 통해 “내일 아침 자진 출석하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허를 찔린 검찰은 뒤늦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그동안 전북에서는 최 전 교육감의 행적을 둘러싸고 해외 밀항설, 사망설, 권력비호설 등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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