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항소심 결론이 이달 안으로 나온다.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첫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판사 김한성)는 8일 오후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사망)씨 유족 3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정씨 측 대리인은 “(상대방이) 소멸시효 관련 대법원 판단이 나와있지 않으니 기일을 추정(추후지정) 해달라는 것 같은데, 항소가 제기된 지도 2년이 넘게 지난 상태에서 (오늘) 변론기일이 잡혔다”며 “(원심에서 주장한 내용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으니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게 아니라 오늘 변론을 종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신일철주금 측 대리인은 전날에서야 소송위임장을 내고 서면을 제출한 바 있다. 사측은 “저희가 주장하고 있는 쟁점에 대해서는 항소이유서에서 다 (언급)했다”며 “소멸시효 부분에 대해서는 판례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해달라는 취지고, 재판부 판단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선고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가 검토해서 선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고기일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1심은 1억원대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이 소멸됐다거나 불법행위일로부터 20년 이상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신일철주금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 측 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김세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사건에서는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고, 2018년부터 3년이라고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신일철주금이 항소한 지) 2년이나 경과됐는데, 또 다시 기일을 추정해달라는 것은 원고들이 기다리면서 요양원에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김씨는 18살이었던 1943년 3월 전북 김제 역전에서 강제로 동원에 차출돼 일본에서 한달간 군사훈련을 받은 뒤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됐다. 그는 월급을 모두 저축해 귀국할 때 돌려준다는 말만 들었을 뿐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김씨가 2012년 사망하자 김씨 아내와 자녀 등 3명은 “신일철주금은 구 일본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채무를 승계한다”며 “강제로 끌려가 노동을 강요받은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지난 2015년 소송을 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이모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각 1억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신일철주금이 구 일본제철을 승계한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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