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근처의 지열발전소 탓이라며 포항 시민들이 정부와 발전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달 15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대한민국 정부와 ㈜포항지열발전소, ㈜넥스지오를 상대로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이 단체 회원 71명이 참여했고, 1인당 매일 5000∼1만 원씩 5년간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이 단체는 “지열발전소 건립 과정에서 유발된 진동이 포항 지진의 원인”이라며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을 유발시킨 지열발전소는 물론이고,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15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자 올 1월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지열발전소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 뒤 올 3월 12일 지열발전소 운영중단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번에 제기한 소송은 가처분 결정의 본안 소송인 것이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는 2011년 정부의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추진됐고, 2017년 6월 완공됐다. 지열발전은 지하 4000∼5000m를 시추해 지열에너지 저장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물을 주입해 섭씨 150∼200도로 가열된 지하수를 뽑아 올려 발전과 난방열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단체는 “지열발전을 위해 물을 주입할 경우 반드시 규모 3.0 미만의 미소지진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9월 16일 발생한 미소지진을 비롯해 수차례의 미소지진과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이 모두 일치한다”며 “포항 지진의 원인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행위로 인한 압력으로 생긴 유발 지진”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포항 지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열발전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포항의 각계각층에서는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단에 시민대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조사단에 최근 백강훈 포항시의원과 양만재 포항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연구위원이 시민대표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김석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대변인은 “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1년이 된 지금까지 실내체육관에서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고, 일부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며 “지진을 유발한 정부와 발전회사에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제기했고, 향후 소송인단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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