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민주주의’로 불리는 시민참여형 공론화로 마침내 16년만에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에 대한 호평과 숱한 화제에도 불구, 결과론적으로는 소모적 논쟁과 오락가락 행정으로 ‘돌고 돌아, 결국 제 자리’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 수 밖에 없게 됐다.
지상이냐, 지하냐를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차량 바퀴, 노선 과 역사(驛舍) 배치, 총사업비, 입찰 방식 등을 놓고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갈 지(之)자 행정이 이어졌고, 백지화와 원안대로 추진 등 정책 판단에 따라 냉탕과 온탕도 번갈아 오갔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이 현재의 기본틀을 갖춘 것은 민선 3기 박광태 시장 시절인 2002년 10월. 1994년 3월 1호선과 함께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던 2호선은 8년만에 건설교통부로부터 도심 순환선을 골자로 한 기본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27.4㎞, 정거장 34곳의 지상고가 순환형으로 고시됐으나 2005년 5월, 2010년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두 차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뒤 22㎞에서 다시 41.7㎞로 총연장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했다.
현재의 길이가 확정된 건 2011년 11월. 확대순환선으로 국토교통부가 다시 변경승인하면서 ‘불변의 연장’이 됐다. 건설 시기도 당초 2004~2009년이던 것이 2008~2019년으로 바뀌었다가 최종 2018~2025년으로 확정됐다.
총사업비도 2002년 1조3375억원이던 것이 2005년 9444억원으로 확 줄었다가 다시 2010년 총길이가 두 배 가량 늘면서 1조7394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17년 1월, 2조579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건설 방식도 정치적 환경 변화로 요동쳤다. ‘시장(市長) 갈이’와 함께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다. 2005년 민선 3기 박광태 시장 당시 지상고가(地上高架)로 정해졌으나, 논란만 되풀이되다 민선 5기 강운태 시장 때 재검토 과정을 거쳐 2011년 11월 기본계획이 변경됐고, 2013년 12월에는 지상고가에서 지하 저심도(低深度)로 기본개념이 180도 바뀌었다.
그러던 것이 윤장현 시장 취임 후 막대한 사업비에 따른 재정 파탄 등을 이유로 또 다시 전면 백지화를 염두에 둔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기본설계 용역이 중단됐다가 지역 경제 순기능 등을 앞세운 ‘건설 찬성론’에 밀려 2014년 12월 “원안 건설”을 선언하면서 도시철도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2015년에는 푸른길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가 공사계획 재수립을 요구했고, 이에 시는 ‘사업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같은 해 3월, 기본설계 용역을 중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은 다시 재개됐으나 이번에는 수천원에 이르는 추가 사업비가 발목을 잡았다. 설계 과정에서 3000억∼4000억원의 추가비용을 메꿀 뾰족한 방도가 없자 시는 ▲원안(지하) 중심형 ▲지하+노면 조합형 ▲노면 전차(트램) ▲모노레일 중심형(모노레일+노면) ▲원안 고수형 등 5가지 안을 제시한 뒤 3개월 간의 숙고 끝에 2016년 2월 첫번째 안을 최종 선택했다. 지상고가에서 저심도로, 다시 지하형으로 오락가락하다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민선 7기 들어서도 취임 초반 ‘찬바람 불기 전 해결하겠다’는 이용섭 시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 시장의 공약이던 공론화 무용론과 백지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시민을 중심에 둔 행정 구현 차원에서 공론화가 추진됐고, 118일간의 시민참여 숙의형 공론화를 통해 시민적 대의(大意)를 이끌어냈다.
공론화의 백미인 1박2일 합숙토론 등 건설 찬·반 공론화 숙의프로그램 후 실시된 시민참여단 473명에 대한 설문 결과, ‘건설 찬성’이 191명(78.6%)으로 ‘건설 반대’를 선택한 52명(21.4)%보다 139명(57.2%포인트) 높았다.
이로써 공론화를 이유로 전면 중단됐던 실시설계와 환경영향성평가 등 20건의 용역과 관련 행정 절차 등은 다시 정상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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