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웅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의 영결식이 끝난 후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창호야, 넌 우리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뭔지 늘 얘기했지. 친구지만 많이 배웠다. 우릴 성숙하게 만들었어. 친구여서 고마워. 온 마음 다해 너를 기억할게. 안녕.”
만취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22)의 영결식이 열린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 추도 편지를 읽던 김민진 씨가 울먹거리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곧은 자세를 유지하던 윤 씨의 동료 군 장병들도 울음을 삼키느라 어깨를 들썩거렸다. 단짝 친구 배준범 씨는 헌화 중 오열하며 영정 사진 앞을 떠나지 못했다. 배 씨는 9월 25일 새벽 윤 씨와 함께 사고를 당해 이날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는 “창호가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짧은 인생, 조국을 위해’라고 첫 장에 쓴 노트를 지니고 다니며 검사, 대통령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던 20대 청년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윤 씨 아버지 윤기현 씨(53)는 “억울한 죽음이 이번이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개 숙인 가해자 차량 운전자 박모 씨가 이날 오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이날 영결식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하태경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최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 의원은 “제 잘못은 단순히 사과를 한다고 잊혀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두고 음주운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평소 애국심이 강하던 윤 군이 죽어서도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을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잘못됐다. 국회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 104명의 동의를 받아 이른바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2차례에서 1차례 위반으로 바꾸고, 음주 수치 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 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추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으로 구성됐다. 하 의원은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고, 법 통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이끈 것은 윤 씨의 친구들이다. 그가 생사를 넘나들던 45일간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고 40만 명 이상이 호응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1일 가해자 박모 씨(26)를 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박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1% 상태로 BMW를 몰다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제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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