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수위 유지 어려워…인위적 방법은 논란 예상
제주도 “백록담 담수 관련 구체적인 추진은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라산 정상에 오른다면 백록담에 물이 차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백두산 방문 당시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천지 물과 한라산 물의 합수를 재현하려면 백록담에 만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물이 차있어야한다.
그러나 백록담에 물이 차있는 장면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가 남북 정상 방문에 대비해 사전 점검차 백록담을 찾았을 때에는 8일 내린 비로 물 웅덩이가 형성돼 있었다.
원 지사도 백록담 방문 당시 전문가들과 점토와 석회질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물을 채우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백록담에 물을 채우는 방법은)남북 정상 방문에 대비해 여러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일뿐 구체적으로 추진된 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2005~2009년 한라산 백록담의 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위는 96.0cm로 1m가 채 되지 않았다. 최소 수위가 0cm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특히 갈수기인 9~11월 백록담 담수 고갈 현상이 두드러졌다.
만수도 흔치 않아서 2014년 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적이 있다.
해안가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리는 한라산 정상에서 이처럼 물을 보기 힘든 이유는 뭘까?
백록담 물 마름 현상은 제주도가 1993년과 2005년 연구 용역을 했을만큼 이전부터 관심사였다.
당시 연구용역을 맡은 한라산연구소(현 한라산 연구부)에 따르면 백록담의 담수수위가 낮아진 이유는 백록담 상부지역의 토사층이 유실되면서 담수를 가능하게 했던 백록담 중심부로 퇴적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퇴적된 토사로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 담수 수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이 백록담에 물이 있는 시기에 딱 맞춰 방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천지 물과 합수식이 가능할 정도로 수위를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자칫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백록담 토양 교체 등의 방법이 검토됐었으나 중앙문화재위원들이 인위적인 방법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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