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2일 오후 ‘보통’ 수준을 보였지만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미세먼지 띠가 눈으로도
확연히 보였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자주 짙어지는 것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주변에 정체된 대기의 영향으로 퍼져
나가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뉴시스
더 이상 청명한 가을 하늘이라는 말은 듣기 힘들어졌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미세먼지 탓이다. 특히 이달 들어 ‘미세먼지 나쁨’이 반복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이 늘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중국 등 국외보다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심했던 3∼6일 미세먼지 기여도는 분석 방법에 따라 국내가 55∼82%, 국외가 18∼45%였다. 올해 상반기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했던 기간에는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이 32∼69%에 달했다.
국내 영향이 더 컸던 것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주변에 정체된 대기의 영향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가을철 한반도 날씨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이동성 고기압이다. 이동성 고기압은 주로 봄과 가을에 중국 남부에서 발생해 한반도를 지나간다. 이동성 고기압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하는 대륙 고기압에 비해 따뜻하며 중심부의 하강 기류가 약해 바람도 세지 않다. 겨울철 삼한사온(三寒四溫·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대륙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이 번갈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륙 고기압의 세력이 크게 확장하지 않은 11월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이 예년에 비해 더 잦아들었다. 올해 11월 상순(1∼10일)의 전국 평균 풍속은 초속 1.4m로 최근 3년 같은 기간 중 가장 약했다. 서울의 경우 11월 1∼10일 평균 풍속이 초속 1.4m로 2016년(초속 2.4m)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같이 바람이 약하다 보니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가 퍼져나가지 못하고 공기 중에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습도가 높은 것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비가 내리면 미세먼지가 씻겨 대기가 맑아진다. 하지만 습도만 높으면 공기 중에 떠 있는 수증기 입자가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 오히려 미세먼지를 만드는 2차 생성이 일어난다. 최근 따뜻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 아래 낮에는 기온이 크게 오르고 밤에는 지표면이 다시 차갑게 식는 과정에서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등 습도가 높아 2차 생성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인근을 지날 때 국외의 미세먼지가 유입되기도 한다. 4, 5일에는 서해상에 위치한 이동성 고기압의 기류를 타고 국외에서 미세먼지가 흘러 들어와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어졌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 측의 설명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요즘처럼 대기가 정체돼 미세먼지가 쌓이기 좋은 조건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지구온난화가 제트기류(약 10km 상공에서 지구 전체를 동서로 빠르게 도는 바람)를 약화시키고 이동성 고기압 등의 움직임까지 늦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인근의 대기 순환이 정체되면 미세먼지가 더 쌓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미세먼지 공습은 다소 잦아들었다. 한반도에 북풍이 불어 미세먼지를 쓸어간 덕분에 이날 오후 들어 전국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또는 ‘좋음’ 수준을 회복했다. 북풍의 영향으로 13, 14일은 전국적으로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경기 남부, 충남, 전북 등 일부 서쪽 지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의 양에 따라 ‘나쁨’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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