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에게 2년은 너무 깁니다. 2개월짜리 강도 높은 교육으로 새로운 제조업 분야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컴퍼니 글로벌 회장이었던 도미닉 바턴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 의장(56)은 9일 ‘2018 SIBAC 총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총회가 끝난 후 바턴 의장은 박 시장과 별도의 대담을 나눴다.
올해 SIBAC의 주제는 ‘서울의 미래 혁신성장’이었다. SIBAC는 서울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대표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기 위해 2001년 설립한 서울시 정책자문기구다. 바턴 의장은 2009년부터 맥킨지&컴퍼니 글로벌 회장으로 재직하다 최근 퇴임했다. 2000∼2004년 맥킨지&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았고, 2012년부터 SIBAC 의장으로 활동했다. 올해 총회를 마지막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본보는 대담에 동석해 바턴 의장이 총회에서 서울시 혁신 성장의 한 분야로 제시한 ‘도심 제조업’ 등에 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대담에서는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도심 제조업’에 청년들을 끌어들일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박 시장은 총회에서 서울이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제조업의 사례로 서울의 성수동 수제화, 종로 세운전자상가 등을 소개했다. 기존 제조업이 근본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뿐 아니라) 생산에 청년이 유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서울시에서도 청년 메이커(maker)들을 늘릴 방안이 고민이다. 청년들은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것을 원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도 전통적인 방식과 기술과 결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우선 기존 제조업 공간의 빈 점포에 청년들이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를 넓혀가는 식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턴 의장은 제조업에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제조업에 대한 인식을 기존 ‘사양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산업’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턴 의장은 “수제화 생산부터 바이오 기술, 교통 데이터 시스템까지 도심 제조업의 범위는 무궁무진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싱가포르의 ‘미래기술랩(future skills lab)’을 예로 들었다. 5∼7년 후 등 장기적으로 유망한 제조업 분야가 무엇인지, 해당 산업에 참여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턴 의장은 “세계적으로 비어있는 선진 제조업 일자리 1000만 개에 투입할 교육이 필요하다”며 “실업자들에겐 2년 동안 교육을 받을 시간과 돈이 없다. 학위 과정처럼 긴 것이 아니라 2주∼2개월 정도의 짧고 밀도 높은 훈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맥킨지 한국 지사의 3일 컨설팅 교육을 받았는데 한 과제를 굉장히 작은 세부 단위로 나누고 각 세부 단위의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방식으로 취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기관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단, 바턴 의장은 서울형 뉴딜 일자리 등 정부나 지자체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으로 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올랜도는 지난해 낮은 법인세와 친개발 정책으로 미국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한 도시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박 시장은 “런던의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유예해 주는 제도) 등이 가능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지자체별로 다른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자치 분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바턴 의장은 서울이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청년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은퇴한 후 제2의 인생을 찾는 시니어를 끌어들일 것을 조언했다. 또 “서울은 일단 와보면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데 더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