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측 “수사도 안하고 증인신청 기각 납득안돼”
3천만원 전달 관련자 진술 및 정황 모두 불리한 상황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49)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노 전 의원 부인에 대한 증인신청과 노 전 의원 자살 수사기록 증거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반발한 것이다.
기피신청은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신청하는 것으로 추후 법원은 이 사유를 검토하고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3일 드루킹 김씨의 공판에서 노 전 의원 부인과 노 전 의원 자살 당일 그를 태운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드루킹 측 증인신청과 드루킹 측의 자살 현장검증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 상태로는 증인신문이 불필요하고 진행도 쉽지 않아보인다”면서 “노 전 의원 사망과 관련해 특검이 추가로 증거를 제출한 점도 고려해 현장검증, 노 전 의원의 운전기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한다”고 말했다.
드루킹 측 변호인은 오후 속행 재판에서 “피고인이 재판 진행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있다”며 “우리가 신청한 증인이 다 기각되어서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서면으로 기피신청을 하겠다면서 퇴정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다른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같이 법정에서 빠져나갔다.
2분여 휴정 뒤 돌아온 마준 변호사는 “유일한 입증수단인 노 전 의원 부인 김씨에 대해 증인신청조차 기각한 점이 피고인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는 퇴정한 변호인들 없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겠다면서 이날 공판을 종료하고 오는 29일 이미 지정된 기일에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측 김형남 변호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드루킹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력증거인 노 전 의원 유서에 대해 “유서를 증거로 쓰려면 먼저 그 사람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사망 당일 고층아파트에 올라간 정황이 담긴 CCTV 영상 등이 증거로 법정에 현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후 자살이 확인되더라도 조작된 유서가 아닌지 필적 감정을 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노 전 의원 부인 김씨를 상대로 한 증인신청에 대해서는 “3000만원이 전달됐는데 특검은 한번도 조사를 안했다”며 “(노 전 의원 부인) 김씨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불법정치자금 5000만원 중 3000만원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범인 분을 수사도 안하고 증인으로도 안 부르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드루킹 측이 노 전 의원 부인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노 전 의원 자살 여부를 집요하게 따지는 것은 몇 안되는 중요한 방어전략이기 때문으로 읽힌다.
노 전 의원의 유서에 4000만원 뇌물수수 사실이 적시된 데다 30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노 전 의원 운전사에게 전달했다는 드루킹 측 ‘파로스’ 진술, 돈 봉투를 받아 부인 김씨에 전달했다는 운전사 장모씨의 진술이 모두 나온 상황에서 뇌물 공여를 반박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3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파로스’ 김씨는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노 전 의원 부인 김씨의 운전사 장씨에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쇼핑백을 전달 한 뒤 장씨와 텔레그램으로 김씨에게 잘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는 문자 내용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앞선 공판에서는 드루킹 일당이 노 전 의원에게 줄 돈을 모금하기 위해 허위로 강의를 개설하는 과정이 담긴 채팅방 글도 증거로 공개됐다.
이에 대해 드루킹 측 변호사는 “전달한 쇼핑백에 현금이 들어있었다고 보장할 수 있나” “그 안에 현금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전달했나”라고 재차 물었고 파로스는 “열어보진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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