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휴가를 나온 윤창호(22)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하는 등 음주폐해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주류광고에서 술 마시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
또 청소년 6명 중 1명이 음주를 경험하는 등 나아지지 않는 음주 행태 개선을 위해 아동·청소년 시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절주권고안’을 만들어 알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2018년 음주폐해예방의 달’ 행사를 앞두고 주류 광고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을 13일 발표했다. ◇ 주류광고서 ‘술 마시는 장면·소리’ 전면 금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4809명이었다. 매일 13명씩 술 때문에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9조4524억원으로 흡연이나 비만보다 2조원 이상 많다.
그러나 국민의 36.2%가 ‘술에 취해도 된다’고 답할 정도로 음주에 대한 관용적 문화가 퍼져있고 폭음 등 집단적 음주문화가 팽배해 음주로 인한 폐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보건·의료·광고 관련 전무가와 청소년·소비자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음주조장환경 개선협의체’를 올해 2월 구성하고 국민인식 조사 등 연구결과를 반영해 예방 실행계획을 세웠다.
이번 실행계획에서 눈에 띄는 건 주류 광고기준 강화다.
복지부는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규정된 주류 광고기준을 법으로 상향 조정한다. 실시간 방송프로그램(IPTV)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담배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상향 조정된 법에선 주류광고 시 ‘술을 마시는 행위’ 표현을 금지한다.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은 물론 술을 마시는 소리도 음주를 유도·자극할 수 있어 금지하기로 했다.
미성년자 등급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비디오물, 게임 등 전후로 주류광고는 금지된다. 현재 텔레비전(TV)과 라디오 방송매체 등에 한해 금지하고 있는 광고노래 금지조항을 모든 매체로 확대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류광고 금지시간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데이터방송, IPTV 등에 적용한다.
주류용기에만 표시하게 돼 있는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 등 과음경고문구를 광고에도 직접 표기해야 한다.
담배광고와 마찬가지로 주류회사 행사 후원 시 광고를 할 수 없고 광고 금지 교통수단·시설은 현재 도시철도에서 공항, 항만, 자동차, 선박 등으로 확대된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이르면 202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주류광고를 위반했을 때 법적 제재 또한 현행 벌금 100만원에서 담배광고 수준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한층 강화한다.
주류광고 규제는 해외주요국가들에서도 적용하는 추세다. 25세 이하 모델 기용이나 청소년 타깃 금지는 공통된 사항이다. 프랑스에선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웹사이트를 포함해 TV와 극장에서도 주류 광고를 할 수 없으며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알코올 함량에 따라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은 금주구역으로 지정한다. 공공성이 높은 청사, 의료기관·보건소, 도서관은 물론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활동시설 등에선 음주행위와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선 마을행사 등 공공장소 관리자가 예외로 인정할 때만 술을 마실 수 있다.
도시공원 등 공공장소는 지방자치단체별 특성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 조례를 통해 지정하기로 했다. ◇ 주류용기에 알코올 함량 ‘g’으로 표시제 도입 추진
국민들의 음주행태 변화를 위해 복지부는 절주권고안을 개발·보급한다.
소주·맥주를 기준으로 술 한잔에 담긴 순 알코올 함량 7g을 ‘표준잔’으로 제시하고 하루 7잔 이상, 1주일 14잔 이상 고위험 음주 기준을 중심으로 절주권고안을 개발한다. 향후 주류용기에도 순 알코올 함량을 g단위로 표기하는 제도 도입을 모색한다.
지난해 11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음주 장면은 회당 평균 1번 이상 방영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회당 음주장면은 2016년 0.9회, 지난해 1.1회, 올해 상반기 1.0회 등이다.
이에 복지부는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사례집으로 만들어 자율시정을 유도한다.
2020년까지 매년 500명씩 총 3900명을 양성하기로 한 대학생 절주서포터즈를 지속해서 양성한다. 학교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 금주프로그램·콘텐츠를 개발, 학교 보건·금연교육 등과 연계해 청소년 금주교육을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만명씩 총 55만명에 대해 교육을 진행한다. 보건소 직원이 활용할 ‘절주상담가이드’를 개발해 절주교육과 상담을 맡기기로 했다.
지역사회 중심 알코올 중독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독 치료·재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인구 20만명 이상 시군구에 1곳씩 설치토록 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중독자 대상 병원기반 사례관리 모형을 개발한다. 시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엔 중독팀을 신설해 센터 간 프로그램 연계를 강화한다.
15명이 주 1~2회 활동하는 서울시의 알코올 중독 회복자 상담가 운영사례를 전국 단위로 확산하기 위해 양성과정을 가동한다.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알코올 중독자에 특화된 ‘동기강화 포괄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공립병원과 알코올전문병원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입원에서 직업재활훈련까지 재활시스템을 갖춘 알코올 중독자 전문 정신재활시설도 확충한다.
향후 정부는 ‘음주폐해 예방 위원회’를 구성해 국내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등과도 연계를 강화한다. 정신질환 실태조사 등과 연계해 음주폐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알코올 예방·관리기술 등 연구개발(R&D) 사업에 나선다.
이번 실행계획은 지난 9월28일 WHO가 음주폐해예방과 감소를 위해 권고한 ‘WHO 음주폐혜예방 세계전략(SAFER)’과 맞닿아있다. SAFER는 주류 이용가능성 제한, 음주운전방지 수단 강화, 음주치료 접근성 확대, 주류 광고 및 후원 금지, 세금 및 가격정책을 통한 주류가격 인상 등이 골자다.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이번 음주폐해예방 대책 추진을 통하여 음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청소년 등 음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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