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 탈세·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7)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된 가운데 부영아파트 임차인들은 “주거빈곤층을 상대로 거금을 챙긴 이중근 회장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성남부영아파트 임차인 대표회의는 13일 오후 4시40분 쯤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인들의 피눈물을 사법부는 외면하지 말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의 선고를 지켜보고 나온 이들은 “이중근 회장 재구속만이 살 길”이라며 “검찰은 12년을 구형했는데 5년 밖에 선고되지 않았다”며 허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주거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성남부영 임차인대책위원장은 “분양전환을 앞두고 부영건설과 성남시청에 건설원가 공개를 청구했으나 거절하고 있다”며 “부영은 임대아파트를 시중 감정평가로 분양전환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서민들은 돈이 없어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건데 시중시세로 분양하면 임차인들 중에는 분양받을 사람이 없다”며 “기존 세입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횡령·배임·서민임대주택 불법분양 관련 임대주택법위반·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3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부영주식 240만주와 188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14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재판부를 속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일가소유 부실 계열사에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서민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과정에서 분양전환가를 부풀려 서민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안긴 혐의도 받고있다. 또 매제에게 188억원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하고 부인명의 업체를 통해 계열사 자금 15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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