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 12명 공관서 저녁식사
최근 법원개혁 불신 상황 의식, “구성원 반대하는 개혁 생각안해”
“제가 왜 개혁을 억지로 밀어붙이겠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 저를 의심하지 말고 좀 믿어 달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고위 법관들에게 이렇게 호소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에서 고위 법관 12명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취임 1주년을 전후한 약 2개월 전부터 법관들을 기수별로 초대해 공관 만찬을 진행해 왔다. 이날은 고위 법관들과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사법연수원 15기인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13, 14기의 고위 법관이었다. 이전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던 사법연수원 15, 16기 법관도 일부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법원장이나 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식사를 시작하며 “저도 몇 년 전까지 고법 부장판사였다. 동료들끼리 모이는 기분으로 편하게 식사하자”고 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만큼 자신을 ‘사법부 수장’으로 대하기보다 동료로 봐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2010∼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했고 춘천지법원장이던 2017년 9월 대법원장이 됐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대법원장은 참석자들을 향해 “제가 왜 개혁을 억지로 밀어붙이겠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저를 의심하지 말고 좀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해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법원 개혁을 고위 법관들이 불신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올 6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판사회의를 열고 “법원이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법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각급 법원장도 “사법부에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검찰에)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를 계기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한 참석자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을 너무 무거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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