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휴대폰 촬영이 물리적 충돌 촉매? 끝없는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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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5일 10시 03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남성 일행과 여성 일행이 쌍방 폭행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사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여초·남초사이트에선 ‘성 대결’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서울 동작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A 씨(21) 등 남성 3명과 B 씨(23) 등 여성 2명을 14일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오전 4시쯤 이수역 근처 주점에서 말싸움을 벌이다 서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측은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일행은 B 씨 등이 주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B씨 일행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 씨 일행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었는데 관계 없는 A 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은 ‘뼈가 보일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네이트판에 게재했다. 그는 A 씨 일행이 ‘메갈(남성 혐오 사이트)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A 씨 일행이 자신을 밀치고 언니(B 씨 일행)를 발로 찼다고 했다. 그는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강한 여자들도 별거 아니라는 (남성의) 우월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글과 엇갈리는 입장이 등장했다. ‘이수역 폭행사건 당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네이트판에 게재한 글쓴이는 자신을 B 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던 커플 일행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여자 두 분이 ‘한남커플’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계속 비아냥댔다. (저희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말싸움으로 번졌다”라고 주장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B 씨 일행은 ‘너 같은 흉자(남자 편 드는 여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등의 말을 계속 했다.

글쓴이는 “남자 분들만 게시던 테이블에서 왜 가만히 계시는 분들(저희 커플)한테 그러냐고 거들어주셨다. 그런데 자매 분들 중 한 분이 남자 분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쪽 분들은 몰카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계속 촬영을 했다”라며 “남자 분들 중 한 분이 카메라를 뺏으려 했고 점점 더 일이 커지는 것 같았다. 저는 괜히 안 좋은 일에 끼어서 피해만 볼까봐 남친을 설득하려 맥주집을 나와 자리를 떴다”라고 했다.

두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여론은 남녀 간의 ‘성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초’ 사이트에선 A 씨 일행을 강력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남초’ 사이트에선 B 씨 일행이 잘못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경찰은 15일부터 사건 당사자들을 차례로 불러 양측 진술을 들어볼 예정이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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