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사건 靑청원글, SNS로 참여 독려…18시간 만에 30만명 돌파?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11시 19분


사진=인스타그램
사진=인스타그램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폭행사건과 관련된 한 청와대 청원글이 게재된 지 만 하루도 안 돼 30만 명의 참여를 얻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선 해당 청원글의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A 씨(21) 등 남성 3명과 B 씨(23) 등 여성 2명을 14일 입건했다. 이들은 전날(13일) 오전 4시께 이수역 근처 주점에서 시비가 붙은 끝에 서로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측은 서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 일행은 B 씨 등이 주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B 씨 일행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 씨 일행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었는데 관계 없는 A 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한 누리꾼이 네이트판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뼈가 보일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A 씨 일행에게 ‘메갈(남성 혐오 사이트)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A 씨 일행이 자신을 밀치고 언니(B 씨 일행)를 발로 찼다고 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14일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참여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은 15일 오전 11시 38분 기준, 30만4895명의 참여를 획득했다. 청원인은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피해자 두 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주시고, 무자비하게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에게 죄에 맞는 처벌을 부탁드린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청원인은 네이트판 글 주소를 첨부했다.

네이트판 글은 14일 오후 4시 47분에 게재됐다. 청원인이 해당 글을 읽은 뒤 바로 청원글을 올렸다고 가정한다면, 약 18시간 만에 3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얻은 것.

이 가운데 일부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에 해당 청원 캡처사진을 올리며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아이디 aj****는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남 일 아니니까 제발 도와달라”라고 말했으며, bo****는 “100만명까지 지지하고 연대하자. 이게 여혐이 아니고서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프로필 링크에 청원 한 번 씩 해달라”라고 했다.

또한 “여성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 번씩만 청원해달라. 공포가 일상인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줄 것인가”(st****), “모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도대체 여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는 언제가 될지”(ou****), “‘짧은 머리에 화장하지 않은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여성혐오’ 그 자체다”(_p****)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한 기사 캡처사진을 게재하거나 네이트판글을 카드뉴스 형식으로 만든 누리꾼도 있었다.

한편 네이트판에는 ‘뼈가 보일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상반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수역 폭행사건 당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을 B 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던 커플 일행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B 씨 일행은 ‘한남커플’, ‘너 같은 흉자(남자 편 드는 여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등의 말을 했으며, 이들 커플과 말싸움을 했다.

글쓴이는 “남자 분들만 계시던 테이블에서 왜 가만히 계시는 분들(저희 커플)한테 그러냐고 거들어주셨다. 그런데 자매 분들 중 한 분이 남자 분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쪽 분들은 몰카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계속 촬영을 했다”라며 “남자 분들 중 한 분이 카메라를 뺏으려 했고 점점 더 일이 커지는 것 같았다. 저는 괜히 안 좋은 일에 끼어서 피해만 볼까봐 남친을 설득하려 맥주집을 나와 자리를 떴다”라고 주장했다.

두 게시물이 확산된 온라인에선 여혐·남혐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A 씨 일행의 신원을 밝히고 강력 처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B 씨 일행이 갈등을 야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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