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달려온 삶에 안녕을 고합니다. 경쟁에 내몰리고 불안에 쫓기는 삶, 그 이상을 상상하고 만들기 위해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합니다.”
청소년 활동가들의 모임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발표했다.
투명가방끈은 지난 2011년 청소년 활동가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맞춰 발표해왔다. 올해 선언에는 모두 13명의 청소년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대입거부 선언의 배경에 대해 이들은 “우리는 경쟁사회의 부품으로 사용되고 소모되느라 멈출 자유를 빼앗겼고, 대학 안 가는 삶을 손쉽게 부정하는 사회에서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할 권리를 빼앗겼다”며 “스스로 바라지 않는 트로피를 위해 곁에 있는 사람과 싸우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학생들의 등을 떠미는 것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잉학습과 ‘학원 뺑뺑이’로 대표되는 입시 압박만이 아니다”라며 “어떤 진로를 택하든 학력·학벌 줄세우기와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과의 무한경쟁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쟁과 차별의 논리를 넘어서는 교육과 대학, 삶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불안과 강요로 작동해 온 경쟁의 굴레를 벗어나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학교청소년 김나연양(18)은 “교육제도가 싫어 학교를 나온 제게 사람들은 ‘검정고시를 잘 보면 대학에 더 쉽게 간다’, ‘대학에 잘 가려고 자퇴한 것이냐’고 말하지만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기에 잔혹한 입시경쟁을 거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수를 포기하고 올해 수능을 치르지 않았다는 성윤서씨(19·여) 역시 “한 선생님은 ‘대학에 안 간다면 하루살이로 알바해서 살 것이냐’, ‘하루살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올라가는 등급과 내려가는 점수에 살고 죽은 수많은 사람을 기억한다. 하루살이가 되기 위해 발버둥친 시간이 다음날 죽을지 살지 모르게 만들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입시 경쟁을 멈추자는 말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고 10대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이라며 “우리의 존엄성을 지키고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윤경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개인의 삶보다 중요한 입시는 자살율 1위, 원칙 없는 학생인권침해 등 가해 행위의 면죄부가 됐다”며 “학생을 입시노예로 만든 시스템을 방관하며 공범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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