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논란이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혐오 용어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됐다는 점에 충격을 표하고 있다.
14일과 15일 온라인에는 ‘이수역 폭행사건’ 당시 상황을 담았다는 글과 영상 등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글과 동영상 등에 따르면, 이수역 폭행사건 당사자들은 ‘메갈’, ‘한남’, ‘흉자’ 등의 단어들을 내뱉는다.
‘메갈’, ‘한남’, ‘흉자’ 등은 성별혐오 성향의 용어다. 이 같은 용어를 잘못 사용할 경우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7월 인터넷 매체 기자 김모 씨(62)는 2016년 8월 동호회 회원 70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한 여성과 말다툼을 하다가 ‘하는 짓을 보면 잘 봐줘야 보슬아치, 좀 심하면 메갈리아, 좀 더 나가면 워마드…’ 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보슬아치’는 성별을 내세워 특권을 누리려는 여성을 비꼬는 신조어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남성 혐오 내용이 주로 게시되는 인터넷 사이트 이름이다.
김 씨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글을 올리는 등 총 14회에 걸쳐 이 여성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1심과 같이 김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어휘는 여성인 피해자를 폄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도 보호될 수 없는 범죄”라고 했다.
지난해 7월엔 여성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는 웹툰으로 논란이 된 웹툰 작가를 ‘한남충’이라고 웹사이트에서 지칭한 20대 여성 대학원생이 모욕죄로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대학원생은 재판에서 “‘한남충’이라는 표현이 경멸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한국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그 집단의 범위가 매우 넓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유명 작가로 공인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웹툰으로 논란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남충’에서 ‘충’은 벌레라는 뜻으로 부정적 의미가 강하고, 피해자 개인을 대상으로 해 문제의 글을 썼고 모욕의 고의가 있었다”며 “모욕적 언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불매운동을 할 수 있음에도 피해자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수역 폭행 사건’은 지난 13일 오전 4시 22분께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했다. ‘남자 4명에게 여자 2명이 맞았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 등 남성 4명과 B 씨 등 2명 중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A 씨 일행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장에서 입건했다. 시비 과정에서 부상한 B 씨의 일행 여성 1명은 병원으로 후송했다.
사건은 B 씨 측이 온라인에 올린 글이 확산하면서 알려졌다. B 씨 측은 ‘메갈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A 씨 일행으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했다며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여혐(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과 함께 비난 여론이 들끓던 가운데, 애초 해당 사건에 얽혔던 커플이라고 주장하는 C 씨 측이 온라인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전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C 씨 측은 B 씨 일행이 먼저 자신들에게 ‘한남 커플’ 등 남혐(남성 혐오)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비아냥거렸고, 이에 A 씨 일행이 ‘소란 피우지 말라’며 말리는 과정에서 A 씨 일행과 B 씨 일행의 싸움으로 번졌다고 주장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B 씨 일행이 “내가 6.9cm로 태어났으면 자살했다”, “내 xx가 네 소X보다 더 크다” 등 남성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B 씨 일행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경찰은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정당방위 여부를 비롯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확인하고, 15일부터 당사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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