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감귤나무숲(사진)에 열매가 마치 수많은 점처럼 무수히 찍혔다. 과수원 경계를 나눈 방풍림인 삼나무는 유연한 곡선이다. 상공에서 본 제주의 감귤과수원 풍경은 점, 선, 면이 조화를 이루며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늦가을 저녁 햇살을 받자 감귤은 주황색보다 짙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제주 명승지 10개를 뜻하는 영주십경의 하나인 ‘귤림추색(橘林秋色)’이다.
14일 오후 제주지역에서 명품감귤 주산지로 유명한 서귀포시 효돈동. 감귤농가마다 주렁주렁 달린 감귤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맛을 보라며 농장주가 건네준 감귤은 단맛과 신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향긋함, 상큼함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최근 북한 주민에게 보낸 감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주도 조사 결과 올해 노지 감귤 생산량은 47만7000t가량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당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다.
한때 감귤나무는 10여 그루만 있어도 대학 학자금을 마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득이 높아 ‘대학나무’로 불렸다. 감귤산업은 관광산업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주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고려시대 이전부터 제주에서 감귤을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에 제주 감귤이 조정에 도착하면 임금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일부를 나눠 주면서 ‘황감제’라는 과거시험을 시행하기도 했다.
재래귤은 10품종 정도만 남긴 채 모두 사라졌고 현재 제주지역에서 재배하는 감귤 품종은 1950∼1970년대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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