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단지, 전기차 충전소 놓고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단지 지하 주차장에 충전소 설치… 외부인들 사실상 이용 어려워
주차난으로 주민들이 설치 반대… 전기차 보급확대 걸림돌 될수도

14일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대구환경공단의 공공용 전기차 충전소. 개방형 충전소이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 사실상 외부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4일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대구환경공단의 공공용 전기차 충전소. 개방형 충전소이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 사실상 외부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지역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전기차 선도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 산하 대구환경공단이 올해 북구 침산 1차 푸르지오와 명성 푸르지오, 달서구 성당 두산위브와 진천 1차 삼성래미안 등 4곳의 아파트 단지에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는 공공용 충전소를 두고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충전소로 운영하기로 하고 설치했지만, 아파트 정문의 차단기에 가로막혀 외부인은 사실상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충전소 설치에는 아파트 1곳당 5000여만 원씩 모두 2억여 원이 들었다. 게다가 대구환경공단의 공공용 충전소는 현재 충전요금이 무료다. 시 예산으로 특정 아파트에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14일 해당 충전소가 설치된 북구의 한 아파트는 정문이 차단기로 가로막혀 외부 차량의 진입이 어려웠고, 충전소는 지하주차장 한구석에 있어 위치를 찾기조차 힘들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전기차라도 외부인 차량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전기차 오너는 “충전소를 설치하기 전에 한 번 더 개방과 관련된 부분을 점검하고 약속받았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계속 개방하지 않는다면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마다 협조 공문을 보냈고, 충전소 개방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놓고 주민끼리 갈등을 빚는 아파트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달성군에 사는 전기차 오너 김모 씨(43)는 매번 근처 읍사무소 등에서 충전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아파트에 충전소 설치를 건의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전력이 전국의 공공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소 무료 구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충전소 설치비는 모두 한전이 부담한다. 아파트는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주차공간만 제공하면 된다. 충전 요금은 전기차 오너가 지불하며 공동전기료, 관리비 부담은 전혀 없다.

그러나 김 씨의 사례처럼 주민 반대에 부딪혀 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차난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꺼리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9월 21일부터 관련 법 개정으로 전기차 충전 공간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의 전기차 보급대수에 비해 아파트 내 충전소 설치 비율은 8%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이달까지 대구에 등록된 전기차는 모두 5116대다. 반면 아파트 단지 1757곳 가운데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곳은 151곳(8.59%)에 불과하다.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선 거주지에서 충전하는 소위 ‘집밥’을 먹이는 게 소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달 초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한 50대 주민이 전기차 충전소 설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이틀 연속으로 정문을 차량으로 가로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아파트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며 “대구 전역에 공공용 충전소 286곳이 있고, 개인용 충전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도 310곳이 있어 전기차 오너들이 겪는 큰 불편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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