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결 양상으로 번진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해 “불필요한 성대결을 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은 16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너무나 성급한 것 같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레 예단을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설 소장은 “남녀는 대립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서로 공존하는 존재다. 모든 인간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받아서 태어난 거라고 보면 불필요한 일종의 성대결을 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이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이) 누가 먼저였든 간에 지금 그 진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서로 한 사람이 거친 언사를 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나머지 한쪽에서는 같은 형태로 혹은 그보다 더 강한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이 사건이 증폭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설 소장은 “우선 1차적 사건이 있었다. 거기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있었는데 주관적 해석은, 사람들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자기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에서도 사실은 어떤 사건을 놓고 해석을 해보면 제각각의 주장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경우에 따라 진실이 안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는 쌍방이 휴대폰으로 녹화까지 했고 목격자분도 있으니까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라며“그래서 자신만의 주장을 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판단 하는 것이 옳다. 그다음에 사실판단에 바탕을 두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를 바라보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너무나 성급한 것 같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레 예단을 한다. 예단을 해놓고 한쪽에서 또 다른 한 쪽을 비난한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나중에 팩트가 발표되고 난 다음에는 좀 허무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너무 섣불리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하루만 더 기다리면, 언론에 의하면 내일 경찰이 발표한다고 하니까 경찰 발표를 듣고 난 다음에 평가를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조금 덜 소모적인 논쟁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사회의 어떤 성적인 차별에서 기인하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분명히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있다. 성차별이 있고, 성차별이 있으니까 그 성차별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권력이 작용하면 여성이 가해자가 되고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성의 기준뿐만 아니라 권력, 재산이나 여러 가지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거기에서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은 사실은 말로써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든다”라고 답했다.
설 소장은 “이걸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은 ‘약자들이 가지는 무기다’라고 이야기한다. 자기들끼리 그와 같은 표현을 쓰는 거다. 그렇지만 면전에다 대놓고 그런 약자들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령 한국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놈’ 이렇게 부르지 않나. 중국, 일본, 미국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강대국에 의해서 압박당한 약소국 사람들이 과거에 그처럼 불렀다는 것을 그렇게 설명한다”라며 “이번 경우에도 그와 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분명히 성차별이나 여러 가지 차별의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 용어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옆에 있는 개인들 사이에서 그와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것도 면전에서,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모욕을 안 느끼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약자들의 무기라는 것은 자기들끼리 제한된 공간 내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것은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들 사이에서 그것도 면전에서 하게 되면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과 맥락을 따져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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