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미선]시험을 위한 국어는 독서가 아니라 학습으로 익혀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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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어전문학원 김미선 원장

이상국어전문학원 제공
이상국어전문학원 제공
국어 시험 성적은 어린 시절부터의 독서량이 크게 좌우한다고 믿는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쯤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는 지적이 있다. 오랜 기간 책을 읽으면 독해력이 강해질 수 있지만 무작정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만점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감을 잃고 국어 시험을 미리 포기해버릴 필요도 없다. 고등학생들에게 20여 년 간 국어를 가르쳐 온 서울 압구정동 이상국어전문학원의 김미선 원장(사진)은 “시험을 위한 국어는 독서가 아니라 학습으로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수험생들이 국어 시험을 위한 독서 시간이 평소 부족하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학부모들은 우리 자녀가 평소 책을 많이 안 읽어서 어휘력이 모자란다고 찾아온다. 책을 많이 읽으면 당연히 어휘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어휘력과는 차이가 있다. 중학교 때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거의 안 한다. 중학교 때 안하면 고교 때는 더 안 한다. 그런데도 상위권 학생들 중에는 국어 100점을 맞는 아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은 국어공부에 필요한 독서를 이미 매일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나 문제지, 각종 자료조사를 읽는 게 다 국어공부를 위한 독서다. 어떤 텍스트가 됐든 정독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다른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물론 일반적인 독서는 평생에 걸쳐 해야 한다. 다만 학습과 성적을 위해서라면 독서보다도 올바른 국어학습이 필요하다. 독서를 한답시고 자기 취향에 맞는 분야를 편식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편식으로 국어공부가 잘 될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어도 국어공부는 따로 해야 한다.”

올바른 국어학습이란 무엇인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이다. 가령 문학 문제는 작품을 읽고 학생이 개인적으로 무엇을 느꼈는지를 묻는 문제가 아니다. 객관적 조건 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소설의 경우 주인공이 누구이고, 누구와 무엇으로 갈등하고,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엮으면 주제가 나온다. 시는 시에 나와 있는 단어를 이용해서 화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화자의 정서 및 태도를 관찰해야 한다. 비문학 문제는 지문 구조와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문제 유형마다 출제가가 원하는 답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주제를 묻는 문제의 답은 대개는 필자의 생각이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첫 문단과 끝 문단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배경 지식이 없어서 지문 내용이 생소하다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관련 지식이 많으면 문제 푸는 게 한결 쉬울 것이다. 또 일부 학원에선 이를 위해 따로 경제나 과학 특강을 한다고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학습이 아니다. 국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학탐구나 사회탐구 공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글의 원리, 출제자 의도를 따져가면서 어디까지나 ‘국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문이 너무 길어서 문제 풀 시간이 없다.

“요즘 지문은 긴 것은 일곱 문단에 이른다. 문제 푸는 순서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지문을 읽기보다는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중간 중간에 그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능 지문은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어서 한 두 문단만 읽고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수능 국어는 짧은 시간에 지문을 다 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문제 푸는 연습이 중요하다.”

평소 국어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글을 읽고 문제 해결 전략을 짜는 연습을 해야 한다. 화법이나 작문은 글의 종류를 배우고 생각의 순서를 연습하기에 효과적이다. 신문 칼럼을 보고 문단마다 주제를 찾는 것도 좋다. 국어 문제 중 ‘너의 느낌을 묻는 문제’는 없다. 문학 문제조차도 논리적 사고를 통해 답의 근거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과학을 못해서, 또는 경제를 몰라서 지문을 이해 못하겠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평소 독서를 못 해서 점수가 나쁜 게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국어 학습을 안 했기 때문에 점수가 안 오르는 것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김미선 이상 국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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