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도 혼자서 끙끙 ‘10대 데이트폭력’…작년 신고만 315건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18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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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은 성인과 다름없는데 학교 예방교육도 없어
미국선 ‘10대 데이트폭력에 관한 법’ 따라 수업까지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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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요? 일단 부모님한테 알리려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야 하는데….”

수도권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강은정양(17·가명)은 지난해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남자친구가 욕설을 할 때까지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팔로 어깨를 밀치거나 하체를 발로 차는 등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당시에는 이별을 통보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올까 고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강양은 부모나 교사, 경찰에 도움을 요청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일단 부모님한테 먼저 알려야 하지 않나”는 기자의 물음에 강양은 “학생이 연애를 왜 해야하며 공부가 우선이라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30대 청년의 데이트 폭력은 경찰에 신고 돼 가해자가 처벌 받는 경우도 있지만, 10대들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처럼 데이트 폭력을 인지하고도 혼자서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들은 갖고 있는 ‘연애는 대학가서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 탓에 10대들이 선뜻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 관련 교육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속앓이’ 하다 끝나는 10대 데이트폭력…실형 받은 사례도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데이트폭력 가해자 8985명 중 10대 청소년은 286명(3.2%)이었다. 2016년 277명(3.1%), 지난해 315명(2.8%)으로 해마다 10대의 데이트폭력은 늘어나고 있다. 신고되는 경우만을 반영한 통계라 실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어려운 형편이다.

10대 데이트폭력 수준과 형태도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사소한 다툼 때 욕설을 하다가 상대방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정도가 늘면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더욱 문제는 10대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에는 10대가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A군은 6월30일 오전 3시께 인천시 계양구 자택에서 여자친구 B양(18)의 얼굴을 6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A군은 소년원에 입소한 사이 B양이 다른 남자와 사귀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트폭력 교육 거의 없어…일부 시민단체서 교육 시동

매년 300건에 육박하는 10대의 데이트폭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 방지 교육은 찾기 힘들다. 1년에 15시간으로 지정된 성교육 시간 말고는 데이트폭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성교육 주제도 임신·출산 등으로 좁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20여개 주에서 ‘10대 데이트폭력에 관한 법’에 따라 학교장이나 이사 등의 주도로 매년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해당 수업에서는 데이트폭력의 개념을 설명하고 실제 사례와 피해자의 대처방안 등을 배운다.

오히려 시민단체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여성단체인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에서는 강서구에서 조성한 양성평등기금을 기반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데이트폭력의 특징과 문제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 성평등 의식을 심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관계자도 “10대들은 어른들 몰래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들도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냐아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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