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잠시 교육청을 떠나 닷새간 학교살이를 한다. 대표정책인 혁신학교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서울 인헌고에서 5일간 교직원으로 근무한다. 학교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실상을 확인하고 발전방안을 구상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장체험 일정이 짧아 학교의 현실을 체험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이 재선 성공 이후 의도적인 언론 노출 행보가 잦아 졌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번 현장체험도 그 연장선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오는 26일부터 5일간 서울 관악구 소재 혁신학교인 인헌고등학교에서 현장체험을 한다. 지난여름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 구상을 위해 옥탑방 살이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슷한 행보인 셈이다.
2기 들어 새로 추진하는 교육감 현장 밀착형 체험 프로젝트 ‘학교 속으로, 학생 곁으로’(가칭)의 일환이다. 앞선 1기 때 추진했던 서울교육정책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 교육감이 이를 반영하고 있는 교육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내실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취지다.
조 교육감은 지난 6·13교육감선거 당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서울교육혁신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며 “재선에 성공하면 서울교육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 첫 대상은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성적 줄세우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소양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추구하기 위한 학교모델로 조 교육감이 1기 때부터 공들인 정책 중 하나다.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학생중심 학교를 표방해 학생자치문화와 학생인권조례 실천에도 적극적이다.
인헌고는 서울의 대표적인 혁신학교로 꼽힌다. 교육과정 속에서 프로젝트형 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장발·염색·파마 등을 모두 허용하는 완전 두발자유화 학교이며 상벌점제도를 서울에서 가장 먼저 폐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개방적 학내 분위기와 학생중심적 문화에 따른 교권 약화가 문제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은 닷새 학교살이를 통해 혁신학교 장점을 극대화하고 우려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업·평가혁신과 교권보호·교사지원 방안 등을 구상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수업이나 학교행정업무 등 교사체험도 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의 이같은 이벤트성 행보에 비판적 시선도 있다. 대표적으로 추방 위기에 몰려 신분이 불안한 이란 출신 난민 학생과의 만남을 언론에 공개하거나 별 다른 계기 없이 두발자유화 선언하는 식이다. 학교 밖 청소년 20만원 현금지원 정책 등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황영남 미래자유교육포럼 대표(전 서울영훈고 교장)는 “적극적인 현장 소통을 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교육감이 체험할 학교현장은 외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출된 상황만 보여져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체험은 언론 노출을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혁신고가 아닌 일반고 현장체험을 통해 ‘황폐화된 일반고 교실 살리기’ 방안을 구상하겠다고 했다면 체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고 혁신학교 장점도 더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조 교육감의 혁신학교 체험은 자신의 핵심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더 커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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