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름이 ‘가사문학면’으로 바뀌면 노인들은 너무 길어서 외울 수가 없습니다.”
“찰옥수수 등 농산물 가치를 높이고 관광자원화 하려면 마을 이름을 바꿔야 합니다.”
소쇄원 등 국내 가사문학의 고장인 전남 담양군 남면 주민들이 ‘가사문학면’ 마을 이름 변경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인심 좋던 마을이 순식간에 흉흉해진 것인데, 마을 이름이 수십년 간 쌓아온 주민들의 정(情)을 갈라놓은 셈이다.
18일 담양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남면’ 주민 수는 1300명(주민등록 기준)으로, 이중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이 전체 주민의 35%에 달한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작물은 찰옥수수와 포도다.
군은 지난 13일 남면 장원관에서 방위에 기초한 일제식 명칭을 사용하는 ‘남면’을 관광 활성화와 농산물 가치 등 지역의 특성을 반영, ‘가사문학면’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 이름이 ‘다섯자’씩이나 돼 어르신들 입장에서 너무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옛부터 내려온 마을 이름이 있는데, 이를 관광 활성화와 지역 브랜드 가치 등을 명분삼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마을은 지난 1890년대 전남 창평군 내남면·외남면이었으나 1913년 일제강제병합 이후 마을 이름이 담양군 남면으로 바꼈다.
주민 A씨는 “‘남면’이라는 역사성 있는 마을 이름이 있는데, 굳이 길고 어려운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느냐”며 “현재 사용중인 명칭으로도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 주민들은 면민이 공감하는 새로운 명칭으로 개명, 지역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 B씨는 “찰옥수수 농사를 짓는 분이 많은데, ‘가사문학면’에서 생산된 찰옥수수라고 하면 더 경쟁력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이런 차원에서 보면 ‘남면’보단 ‘가사문학면’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마을 안팎에선 이번 마을 이름 변경 사업이 자칫 세대 간, 원주민 대 외부인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젊고 외부에서 이 마을로 이사온 이들은 주로 찬성 측 입장인 반면 고령의 원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군은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주민 찬반의견조사와 조례개정 등을 거쳐 내년 2월 말까지 면 명칭 변경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담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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