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대표들이 내일 사법행정과 재판업무 개혁 방향을 논의한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회의를 열고 행정처 업무이관 등 8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정된 공식 안건은 ▲법관 사무분담 기준 관련 권고 ▲법관 근무평정 개선 ▲법관 전보인사 관련 개선 ▲상고심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표명 ▲형사사건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개선 ▲법관 책임강화방안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및 내규 개정 ▲법원행정처 업무이관 등이다.
회의에서는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가 제안하고 대법원 후속추진단이 발표한 사법행정 개편안 등에 관한 내용이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법원장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하는 협의체인 ‘사법행정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협의체 위원에 외부인사를 포함하는 것 등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법원행정처 폐지 이후 행정처와 사법정책연구원의 관계 등 업무이관 방향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후속추진단은 사법행정을 집행하는 비법관 기구인 법원사무처를 설치, 법원 내 운영조직과 행정조직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개편에 관한 대법원 안을 확정하기 위해 법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날 논의 또한 대법원 안 구성을 위한 의견으로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다.
형사사건 사무분담과 사건배당 등 재판 관련 논의도 이뤄진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부 3곳을 증설한 내용 등이 오르내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특별재판부’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대법원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며, 내부 사회에서도 부정론이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회의에서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법관 탄핵’을 주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법관 대표들은 법관 탄핵 안건을 현장 발의를 통해 회의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각급 법원에도 법관회의에서 탄핵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한 의견수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법관 탄핵 안건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라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대구지법 법관대표 3명에게 법관 탄핵 논의에 관한 내용이 담긴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이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 제안은 법원 내부망에 게시되면서 퍼졌으나 기한 내에 발의되지 않아 법관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성원 사이에 탄핵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일부 형성되면서 현장 발의를 통해 다뤄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 6조 3항은 구성원이 회의 현장에서 다른 구성원 9명의 동의를 얻어 안건 상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의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현장에서 10인 이상 동의가 있으면 회의에서 법관 탄핵을 주제로 공식 논의가 벌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법관 탄핵에는 부정적인 내부 시선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탄핵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격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열린 3차 임시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안건이 의결됐다. 당시 법관 전보인사·사무분담·근무평정 개선 관련 안건은 시간관계상 논의되지 못했다.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는 규칙상 매년 4월 둘째 주 월요일과 11월 넷째 주 월요일에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임시회의는 필요에 따라 소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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