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동구 부산택시회관에서 만난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50)은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려는 승차공유(카풀) 서비스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 자격으로 지난달 1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뭉친 비대위 소속 회원 7만 명(주최 측 추산)은 8일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장 이사장은 “정부가 도입하려는 카풀 서비스는 현재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 만연한 이른바 ‘콜뛰기’라는 자가용 불법 영업과 차이가 없다. 앱을 통한 호출 기능만 접목된다는 이유로 이를 ‘공유경제’라고 둔갑시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택시업계와 달리 카풀 활성화로 검증받지 않은 운전사가 늘면 성폭력 등 범죄에 시민들이 쉽게 노출된다는 게 장 이사장의 우려다.
장 이사장은 26년째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966년부터 부친이 운영하던 ‘신한택시’를 1993년 물려받았다. 그는 요즘처럼 택시업계가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큰 불만은 더딘 요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차량비, 4대 보험료 등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기본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25년 전 자장면과 택시 기본요금이 600원으로 같았는데 자장면 가격이 5000∼7000원으로 오를 동안 택시비는 3300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조정 요령’ 지침을 발표해 2년마다 요금을 조정하도록 명문화했지만 부산시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택시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장 이사장은 “부산시가 2013년 1월 2년마다 요금을 조정하기로 약속했지만 4년 8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야 500원 올릴 수 있었다”며 “업계가 시에 요금 인상을 요구할 때에는 공공물가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이면서도 뭔가 지원책을 요구하면 버스와 달리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영업 중인 택시 2만5000여 대 가운데 1만4000여 대가 개인택시, 나머지 1만1000여 대가 법인택시다.
부산택시사업조합에는 96개의 법인택시회사가 소속돼 있다. 2000년에는 1일 택시 승객 수가 150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76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경기 불황,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확충, 자가용 증가, 대리운전 활성화 등이 승객이 감소한 이유다. 그 사이 택시 운전사 수는 5000명 넘게 줄었다. 법인 운전사들의 월수입은 평균 200만 원 정도로 열악하다.
장 이사장은 “카풀 정책은 기존 택시 시장을 무너뜨릴 게 분명하다. 열악하지만 4대 보험 혜택을 받는 정규직 택시 운전사들을 결국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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