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 검찰 출석…박주민 “사법농단 의혹 연루 판사들 더 많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사진=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날 박병대 전 대법관(61)을 소환해 조사 중인 것과 관련, “법관들의 재판개입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했다고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관급 고위법관이 검찰에 소환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법관은 이외에도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돌렸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관련해서 대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공소장 분석 결과 대법관급 10명, 고법 부장급 24명, 지법 부장급 44명, 평판사급 15명 등 93명의 전·현직 법관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임 전 차장 한 명에 대한 수사결과이므로 실제로 더 많은 판사들이 연루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대안 없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만 하고 있다”며 “관련 법관 탄핵에 일말의 힘을 보태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징용소송 재판거래 등 여러 의혹에 사법부 수뇌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캐묻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검찰에 공개 소환된 전직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해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 박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고손실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그는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