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박병대, 14시간여만 귀가…‘양승태 지시였나’ 묻자 침묵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0시 10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14시간26분만에 귀가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1시46분까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조사를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오후 8시22분께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엔 자신의 진술 조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를 마치고 나운 뒤 ‘모든 혐의를 부인하나’, ‘정당한 지시라고 생각하나’,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나’, ‘사법농단 최종 지시자는 본인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라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전날 강도 높은 추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조만간 재소환해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 앞서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밖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상고법원 등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부당 사찰,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및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하고, 지난 9일에는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박 전 대법관 조사 이후에는 후임 법원행정처 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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