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근, 국정원 숙소 침입 사건 “첩보영화가 실제로” 우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0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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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장다사로(61) 전 청와대 민정1비서관이 과거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국가정보원 직원이 침입한 사건을 두고 “첩보영화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사건은 지난 2011년 2월16일 국정원 직원 3명이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고자 특사단이 머무는 호텔에 침입했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장 전 비서관은 20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지금도 이 전 대통령 비서관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 전 비서관이 관련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사이에 특활비를 주고받을 현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 민정1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장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앞서 김 전 비서관의 1심 재판부는 “청와대와 국정원 사이에 특활비를 주고받을 현안이 없다”며 김 전 비서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인도네시아 사건이 발생하고 민정1비서관으로서 대책을 마련한 사실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장 전 비서관은 “솔직한 이야기로 첩보영화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게 적발되면 양국 간의 국익에 있어 상당한 외교적 문제가 크게 발발할 거라 걱정했고,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구심도 들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대한민국 정부와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뻔한 사례로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 수출을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T-50을 수출하려 했고, 이 사건이 드러날 경우 수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사건이 알려지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이후 크게 문제 삼지 않아 3개월 뒤인 5월25일 T-50 16대 수출에 성공했다.

장 전 비서관은 “보고를 했다면 관련 사항을 어떻게 파악했겠느냐”는 검찰 질문에 “사과도 해야 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약속도 해야 하니 주로 이 사건을 어떻게 수습하는 게 국가적으로 바람직할지에 중점을 두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장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 관련 보고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장 전 비서관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은 “(인도네시아 사건의 경우) 업무 연관성은 민정수석실과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안다”며 “(김 전 비서관이) 통화 중에 간략하게 수습이 잘 됐다는 인사말을 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불거진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비서관의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 횡령은 유죄, 뇌물수수는 무죄라는게 1심 결론이다.

당시 재판부는 “폭로 입막음을 위해 국정원 예산을 사용한 점에서 범행 경위가 좋지 않다”면서도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 관련 현안을 다뤘다는 사정이 없고 직무 관련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장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국정원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벌인 혐의로 지난 2월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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