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적 근거 없이 ‘경고’ 솜방망이 처벌로 부당종결한 사례 150여건을 전수조사한 뒤 사안이 중대한 대기업집단 회장 4명과 계열사 13개사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1일 차명주식 실소유자를 허위 신고한 신세계그룹 대주주, 16개 해외 계열사 주식을 허위 신고한 롯데그룹 계열사 9개 등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영그룹 비리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이중근 회장과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 허위 신고 사건을 분리·지연 고발한 사실을 발견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국회와 언론 등에서 엇비슷한 사례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지난 6월20일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을 압수수색한 뒤 조사물 분석을 거쳐 공정위 및 의심 기업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해왔다.
신세계 계열사 3곳은 지난 2014~2015년에 걸쳐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 실소유자를 허위 신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계열사 5개를 누락한 허위신고가 드러나 김범수 의장을 기소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도 각각 계열사 5곳과 3곳을 누락 허위신고한 혐의로 기소됐고, 롯데 9개사와 한라 1개사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적발된 대표 및 기업에 법정최고형인 벌금 1억원을 각각 구형해 약식 기소했다.
대주주 일가의 사익추구 위험성이 없거나 단순 지연신고 뒤 시정 조치한 지주회사 등 21건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LG, 효성, 내츄럴삼양, SK 등 기업들도 허위 신고 사례가 드러났지만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을 면했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는 공정위의 극심한 모럴해저드가 드러났다. 공정거래법 상 신고의무 위반은 각종 규제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커 형사처벌만 규정했으나 솜방망이 처분으로 면죄부를 줬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제68조(벌금) 위반 사건으로 입건한 사건은 총 177건인데 이중 단 11건(6.2%)만 검찰에 고발했다. 15건은 무혐의로, 151건(85.3%)은 ‘경고’ 처분으로 종결했다.
LG, 효성, 내츄럴삼양, SK 등은 공정위가 경고나 벌점 부과로 덮어주는 사이 결국 공소시효를 넘겨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됐다.
검찰은 “단기간 집중적이고 내실 있는 수사로 기업활동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전속고발 대상이 아닌 범죄에 대해서도 공정위 고발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향후 검찰과 공정위 협력을 통해 고발 절차의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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