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의 이런 호소에 불합리한 건강보험 체계가 일부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의 복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했을 때 결과가 정상으로 나와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등 21개 의료행위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요양급여 고시 개정안을 21일 확정해 내년 1월부터 현장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추락이나 교통사고 등을 당해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내상(內傷)을 확인하기 위해 복부 CT 검사를 할 경우 실제 부상이나 질환이 확인돼야 검사료를 지원받는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불필요한 과잉 진료’로 보고 비용을 삭감한다. 진료비가 삭감되면 병원은 의료진의 성과급을 깎는 방식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교수가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일수록 손해를 본다”고 지적한 이유다.
복지부의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부 CT뿐 아니라 중증 폐렴 환자의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65세 미만 심장 수술 환자의 심장 기능 측정 검사 등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전신마취 환자의 기관지 튜브와 가슴뼈 봉합용 케이블, 얼굴뼈 고정 재료 등은 현재 특정 질환일 때만 최대 2개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런 제한을 없애 의학적으로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중증외상 의료진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전신 골절 확인을 위한 CT 비용과 화상 환자에게 이식할 인공피부 등은 이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긴급한 진료 환경을 감안해 가장 필수적인 의료행위에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그 대상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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