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변호사 ‘국선→사선’ 교체, 소송통지서 재송달 불필요”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2일 16시 08분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라도 이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접수통지서가 보내졌다면, 이후에 다른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더라도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서모(51)씨가 “새로 선임한 사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해주지 않고 항소를 기각한 원심의 결정은 잘못”이라며 낸 재항고심에서 항소기각 결정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항소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했지만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다가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이 취소된 경우,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항소를 할 경우, 피고인과 변호인은 법원의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고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항소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게 된다.

그런데 현행법은 법정형이 단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어서 반드시 변호인이 필요한 사건일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다가 다른 국선변호인으로 바뀌는 경우에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다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국선변호인을 선정 받은 서씨가 새로운 사선변호인을 선임했을 경우에도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다시 해줘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다시 하게 되면 서씨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셈이 된다.

하지만 법원은 반드시 변호인이 필요한 사건이라도 이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받았다면 그때부터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선정해주는 국선변호인에 대한 규정을 개인이 계약으로 선임하는 사선변호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항소법원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한 다음 피고인이 다시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더라도, 새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해야 할 근거가 없다”며 “국선변호인에 대한 규정을 사선변호인에게 유추적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책임 아래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변호인이 변경된 것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변호인이 변경된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허용할 경우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고, 신속하고 원활한 항소심 재판을 구현하려는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며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피고인은 형사소송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기 위해 제도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희대·조재연·박정화·김선수·이동원 대법관은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보면,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사실상 단축시킨다”며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선변호인인지 사선변호인인지에 따라 달리 취급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서씨는 지난 2011년 11월 납골시설 관련 재단법인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이사회 결의 없이 납골함 500기를 임의로 양도담보로 제공, 법인에 9억9620만원의 손실을 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서씨는 항소에 나섰고 2심 법원은 그에게 국선변호임을 선정했다. 이후 법원은 서씨와 그의 국선변호인에게 2015년 3월12일과 13일에 각각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송달했다. 하지만 서씨는 같은 달 23일 새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고 약 2달이 지난 같은 해 5월21일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심 법원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서씨 또는 국선변호인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2015년 3월12일 또는 13일부터 기산해야 한다”며 “그런데 서씨의 사선변호인은 5월21일에서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으므로 제출 기간이 경과된 것”이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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