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한양대가 시간강사들에게 내년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그동안 다른 대학에서 강사 수를 줄이기 위한 논의는 진행돼 왔으나, 실제로 계약 불가 통보까지 이어진 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뉴시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모 학장은 지난 10월29일 강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강사 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이제는 노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2019년 1학기부터는 학부와 일반대학원 학과에서 개설·관장하는 모든 교과목을 전임교원이 맡고 극히 일부 과목만 겸임교수나 특훈교수에게만 배정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강사법은 전업강사 외에 겸임교수도 강사에 준하는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하도록 돼 있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4대보험 지급이 핵심이다.
그러나 겸임교수는 대부분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어 퇴직금과 4대보험 지급에서 대학 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대학이 전업 강사를 쓰지 않고 겸임교수에게 강의를 맡겨 비용을 아끼려고 한다고 강사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이 학장은 이메일을 통해 해당 강사에게 “향후 신분 변동이 가능하신 경우 겸임교수의 지위로 다시 강의를 맡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업 강사인 시간강사들은 다른 직업이 없기 때문에 겸임교수가 될 수 없다.
이 학과 강사는 3명으로 모두 10여년 이상 장기간 강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강사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데 내년에 계약이 안 되니 강사법을 대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일단 내년에는 강의를 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한양대 일부 구성원들은 오는 23일 강사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참여율이 저조해 무기한 연기됐다.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한 교수는 “강사 선생님들은 학교에 찍힐 수 있으니 참여하지 말라고 했고 교수들만 나오려고 했었는데 나오기를 꺼려 했다”며 “학교 눈치를 보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한 한양대 측은 “아직 논의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배재대의 올해 2학기 핵심 추진업무 내부 발표자료를 보면 이 대학은 내년 강사법 시행에 따라 14억원에서 40억원의 추가 강사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산정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교원 초과 시수 무제한 허용 ▲계열 내 유사 교과목 동일 교과목 지정 ▲비정년 계열 교원의 연봉제 교원 채용 및 전공으로 배치 ▲최소 수준 강사 운영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배재대 측은 “전임교원 강의 비율이 적어 전임교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강사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후 대학들마다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는 강사 수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 <뉴시스 11월14일자 ‘[단독]’“강사법 대비 강의수 축소·과목 통폐합”…고려대, 대외비 문건 파문‘ 기사 참조>
또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등도 강사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효정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소속 강사는 “강사법은 아직 국회 통과를 한 것도 아니고 예산 배정도 안 된 불확실한 상태다. 강의를 통폐합 하는 것도 대학 입장에서는 간단한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대학들이 벌써부터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다른 대학들에게 지침과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사들은 대학들의 움직임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위주로 추가 대응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며 “자료를 취합하고 다른 단위들과 연대 등을 통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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