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록 징역 15년, 女 목사 “이재록=신의 대리인, 그루밍 성범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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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3일 10시 53분


사진=채널A
사진=채널A
다수의 여성 신도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 당회장 이재록 목사는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Grooming·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정혜민 브릿지임팩트 목사는 “(피해 신도들이 이재록 목사를) 일반 목사가 아니라 신이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아마 목사님이 하는 모든 행위에 있어서 의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혜민 목사는 23일 방송한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이재록 목사가) 본인을 계속해서 신이라고 이야기해 성도들이 이 목사를 신의 대리인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제 기사 보도를 통해서 판결문을 봤다. 이미 전부터 그 교회 안에서 문제들이 있었을 걸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면서 “일단 이 사건 자체가 종교계 안에서 벌어진 ‘그루밍 성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아마 피해사실을 늦게 알았을 것이다. 피해사실을 알고 나서 문제제기 하기까지 용기를 가지고, 여러 가지 압박 가운데서 이야기하는 것이 참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들이 전날 재판에 참석해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해선 “모든 경우를 가지고 다 집단적인 그루밍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솔직히 어렵다”면서도 “목사님에 대한 집단적인 신뢰로 보인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목사님의 권위에 대해서 반박하거나 토론하는 분위기가 없다보니까 목사에 대한 의존도가 일반 사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라 종교계 성범죄가 수면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선 “참 안타깝고, 교회 안에서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터지고 있어서 개선책을 찾아내려고 하는데 참 그것이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같은 목사로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목사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을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고 구체적인 어떤 대안에 대해서,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 찾고 계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사회적인 법과 함께 더불어 교회 안에서도 선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어디서 도움을 받으면 되느냐는 물음엔 “기독교 안에서 반성폭력센터라는 곳도 있고, 기독교여성상담소 같은 곳이 굉장히 많이 운영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보셔도 센터 이름이 쭉 나온다. 그런 기관들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록 목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재록 목사는 2010년 10월부터 5년 간 신도 7명을 서울 광진구 소재 아파트로 불러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간음한 적이 없다’는 이재록 목사 측의 주장과 관련, “피해자들이 고소한 경위가 자연스럽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를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해 모순을 찾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재록 목사의 일부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만민중앙성결교회 비서실은 “그동안 저희는 당회장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서 “사건으로 제시된 모든 날짜에 대한 알리바이, 반박자료를 다 제출했지만 재판부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 측의 진술만 믿고 판결을 내렸다. 저희는 당회장님의 무고함을 믿기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바로 항소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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