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에서 10여년 동안 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돈을 빼앗고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강혁성)는 23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씨(44)에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4월27일 평소 알던 사이인 유모씨(37)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빼앗은 뒤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경기 포천시 소재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5월11일 구속됐고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가 암매장된 곳은 조씨의 모친 묘역 근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서 실행에 옮겼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점을 들어 지난 10월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조씨가 Δ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시받을 때마다 진술을 뒤집은 점 Δ자신의 범행을 인정·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 Δ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범행 전날인) 4월26일 음식점에서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했다”며 “피해자가 4월27일 오전 피고인의 차량에 탑승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하자 모친의 묘소를 가는 길 중간에 피해자를 내려줬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도로에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되자 다시 ‘피해자를 중간에 안 내려주고 묘지까지 같이 갔다’고 했다”며 “묘소에 다녀오니 피해자가 없어져서 못 찾고 그냥 돌아왔고, 누명 쓰는 것이 두려워 물건을 버렷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짚었다.
조씨는 이후 검찰조사에서 그가 쓰던 목장갑에 피해자의 혈흔과 DNA가 발견됐다는 데 대한 설명을 요구받자 “피해자가 숨을 쉬지 않고 목 부위가 부어 있는 채로 누워 있어 오해가 두려워 사체를 직접 옮겼다”고 말을 재차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조씨가 돈 때문에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인정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피해자의 1500만원을 한 사찰에 묻었다고 했고 실제로 검찰은 거기서 1460만원을 발견했다”며 “피고인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점을 범행동기라고 보고, 피해자가 2000만원을 소지한 사실을 알고 범행한 뒤 돈을 강취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심 없이 2000만원을 소지하고 이동할 수 있게 오랜 시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동에 렌터카를 이용하고, 블랙박스를 꺼두고,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피해자의) 목에 노끈을 걸어뒀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러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고 최후변론에서조차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아내와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할 뿐 사망자에 대한 애도가 없었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을 비난함으로써 가해를 했고, 전형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씨의 태도를 꼬집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명을 빼앗는 반윤리적 범죄이므로 이유를 막론하고 용납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피해자의 신뢰를 배반하고 오히려 범죄에 이용했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게 함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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