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제기하겠다’ 건설사 상대 공갈 혐의 마을이장 등 무죄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5일 07시 11분


법원이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겠다. 피해 예상금을 달라’며 건설사 관계자들을 협박, 돈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마을이장과 청년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래의 예상 피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고지하는 정도만으로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전기철 판사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A(60) 씨와 B(55) 씨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장이던 A 씨는 2015년 4월8일 오전 10시께 마을 정비사업 공사 현장 사무실에 찾아가 현장 소장에게 ‘공사를 중단하고 민원을 해결하라. 분진과 소음으로 마을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800만 원만 주면 된다. 말을 듣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트랙터로 공사장을 막아버리고 군청에 민원을 넣겠다’고 위협한 혐의다.

같은 마을 청년회장이던 B 씨는 현장 소장이 돈을 주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자 같은 달 11일 오후 3시께 트랙터를 이용, 공사 현장의 진입로를 막고 ‘민원을 해결하고 공사를 해야지. 돈을 주고 공사를 하라니까’ 등의 말로 현장 소장을 위협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같은 달 12일 건설회사 측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축사 피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는 공사를 할 수 없다. 공사로 예상되는 피해금 1800만 원을 먼저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회사 측은 장마 전 공사를 마쳐야 하는 급박한 사정과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될 것을 우려, 이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1150만 원을 송금했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이 현장 소장에게 고지했다는 해악의 구체적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공사로 인한 불편사항에 대한 민원은 흔히 발생하는 것이다. 피해 발생이 예상되니 민원을 넣겠다고 말한 것 자체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해악의 고지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설공사로 발생하는 소음·진동 등은 가축에게 영향을 준다. 75dB 이상의 소음 역시 소의 생체에 영향을 주며, 충격성 소음에는 소의 번식률 저하와 성장지연 피해, 유사산 및 폐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비사업 공사로 축사에 영향을 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근거 없는 허위로 볼 수 없으며, 이 같은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사의 중단을 요구하고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고지한 것만으로는 부당한 해악의 고지라고 하기에 미약하다”고 밝혔다.

장래의 예상 피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고지하는 정도만으로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B 씨가 공사 현장의 진입로에 트랙터를 주차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포크레인의 운행에 문제가 없었으며, 작업이 중단된 것도 아니다. 트랙터의 주차가 정비사업의 공사를 실제 중단시킬 정도로 영향을 줬다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는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더라도 피고인들 주장의 내용, 구체적 방해행위의 여부, 상대방의 대응, 협상에서의 상황 등에 비춰 보면 이들의 행위가 상대방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방해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거나 상대방이 외포심을 일으켰다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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