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6일 정답발표, 계속되는 논란 속 ‘출제 오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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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5일 07시 20분


입시전문가들 “오류라면 학계서 이의 나왔을 것”
역대 수능 오류문항 8건…마지막은 2017학년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정답이 26일 발표된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모의평가를 포함하면 2016학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출제 오류가 나왔다. 올해 수능 이의신청은 총 991건으로 1000건에 육박했다. 교육당국은 이번 수능에서도 출제 오류가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활과 윤리, 국어영역 오류 나올까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된 생활과 윤리 3번 문항© News1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된 생활과 윤리 3번 문항© News1

25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교육계에 따르면, 올 수능에는 사회탐구 영역 생활과 윤리 3번과 국어영역 두 문항이 쟁점이다. 생활과 윤리 3번은 총 991건의 전체 이의 신청 중 407건의 이의가 집중돼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와 관련된 지문을 제시하고 니부어의 입장을 고르는 문제다. 정답은 ‘⑤ㄱ, ㄷ, ㄹ’이었지만 이의신청자들은 ㄱ의 ‘애국심은 개인의 이타심을 국가 이기주의로 전환시킨다’는 보기를 문제 삼았다. ‘전환시킨다’는 단정적 표현이라 사상가의 입장으로 정확히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두번째로 많은 이의신청이 몰렸던 국어영역도 논란이 크다. 독서 지문에 오탈자가 2군데 발견돼 시험 당일 부랴부랴 정오표가 배부됐다. 이의신청은 고난도 문제로 꼽힌 비문학 지문 31번과 명제문제인 42번에 집중됐다.

31번은 만유인력을 주제로 과학과 철학을 융합한 문제다. 수험생들은 “‘태양과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고 태양과 지구의 밀도는 균질하다고 가정한다’ 조건이 추가됐어야 한다”고 주장해 출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출제 오류 의견보다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문제라는 불만 표출이 주를 이뤘다.

42번에도 논란이 적지 않다. 명제의 반대관계를 찾는 문제로 3번 선지도 정답이 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3번 선지는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이었다. 하지만 평가원은 4번 선지 “가능세계의 포괄성에 따르면,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가 참이거나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가 참인 가능세계들이 있겠군”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국어영역 참고서 ‘국어의 기술’의 저자 이해황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42번에 복수정답이 인정돼야 하는 이유로 “‘A에 따르면 B이다’를 ‘오직 A만으로 B가 추론된다’가 아니라, ‘B를 추론하는 데에 A가 중요한 근거로 사용된다’로 봐 3번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의 블로그에는 390여개의 댓글이 달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출제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어영역 42번 문항© News1
국어영역 42번 문항© News1

◇입시전문가들 “올 수능은 오류 가능성 낮아”

하지만 입시업체들은 올 수능에서 오류가 나올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현재까지 학회 등에서 문항 정답에 이의가 나오지 않은 걸로 봐서 오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도 “아직까지 (오류와 관련한) 소문이 안 도는 것으로 봐서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 이사는 “이미 전문 학회 검토를 마쳤을 시점”이라며 그런 부분(오류 문항)이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라 정답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초의 출제 오류는 2004학년도…마지막은 2년 전

그렇지만 2014년 이후 모의평가를 포함해 한 해를 제외하고 출제 오류가 나오면서 교육당국은 오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까지 출제 오류가 나온 수능은 6차례로, 문항 수로는 8문항이다. 과학탐구 영역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어(국어)와 영어, 한국사와 사회탐구에서 각각 1건이 오류로 판정됐다.

2014학년도 이후에는 모의평가를 포함하면 2016학년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수능 출제 오류가 나왔다.

최초의 출제 오류는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에서 나왔다. 시인 백석의 작품 ‘고향’ 중 시어 ‘의원’과 유사한 기능의 단어를 꼽는 문제였다. 처음 정답은 ‘미궁의 문’이었으나 ‘실’을 정답으로 꼽은 많은 수험생이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평가원은 두 보기 모두 정답 처리했다.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영역 물리Ⅱ 11번 문제가 출제 오류로 판명됐다. 수험생이 ‘단원자 분자’만 배웠다는 전제 하에 풀어야 하는 내용이었지만 과학고용 특수교과서에 ‘2원자 분자’ 개념이 나온 사실이 확인돼 복수정답 처리가 됐다. 정답이 아닌 문제에 오류가 나온 경우다.

2010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도 과학탐구에서 나왔다. 지구과학Ⅰ 19번에는 개기일식대에 가까운 위치일수록 일식을 오래 관측할 수 있다는 가정이 담겼다. 하지만 그해 실제 일식 때는 정답과 다른 현상이 관측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

2014학년도 수능은 세계지리에서 출제 오류가 일어났다. 북미자유무역협정권(NAFTA)와 유럽연합(EU)을 다룬 8번 문항이었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세계은행의 최신 통계와 달랐다.

평가원은 본래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이에 소송을 냈고, 시험 뒤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고등법원에서 ‘등급결정 처분 취소’ 판결을 냈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상고를 포기해 문제 오류로 최종 결론이 났다. 평가원은 당시 ”8번 문항이 완벽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 등 2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나왔다. 영어 25번 문제는 지문에서 2%가 20%로 오르는 가정을 18%p가 아닌 ‘18% 상승했다’고 표현했다. 기초적 실수였다. 생명과학Ⅱ에서는 보기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는 이의제기가 인정됐다.

가장 최근의 본수능 출제 오류는 2017학년도 수능에서 나왔다. 이해 처음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14번은 ‘복수정답’, 물리Ⅱ 9번은 ‘정답 없음’으로 판정됐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물리Ⅱ 9번 문항에는 이의신청이 단 1건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번 수능에서도 반드시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던 의외의 문제에서 오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에서는 과학탐구 영역 지구과학Ⅰ 17번과 직업탐구 영역 기초제도 18번 2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수능에서는 이미 인쇄된 국어영역 문제지에 오탈자가 2군데 발견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연이은 논란 속에서 오는 26일 오후 5시 홈페이지에서 올 수능 정답을 발표한다. 성적은 다음달 5일 통지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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