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폐기물 종합 재활용업체로 우뚝 섰다. 부산 금정구 회동동 소재 ㈜동남리싸이클링의 얘기다.
이 회사는 2000년 2월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동남자원’이란 조그만 고물상으로 출발했다.
그 당시 유통업을 하던 전기도 대표(57)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보고 무릎을 쳤다. 공동생활 문화가 확산되면 폐기물은 끝없이 쏟아질 것이고, 처리문제가 사회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평소 도전적인 성향의 그에게 시류를 읽는 안목이 더해졌다. 생활의 터전이던 ‘동남슈퍼마켓’을 접었지만 ‘동남’이란 상호는 버리지 않았다.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파트 입주민과의 다툼은 물론 부산시 생곡쓰레기처리장과의 갈등, 민간업체 홀대 등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한 그는 노하우를 쌓아 2010년 1월 사상구 모라동에서 ㈜동남리싸이클링을 설립했다. 폐지, 고철, 폐플라스틱, 폐가전 등 생활전반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집하고 운반해 재생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단됐지만 폐기물 중국 수출 등의 영향으로 3개 동종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2014년 12월에는 회동동에 약 1만 m² 터를 마련해 4층짜리 사옥에 재활용 선별공장, 재지원료 압축공장, 비철·금속 처리공장을 지어 이전했다.
공정은 수거차량 80대가 아파트와 관공서 등 450곳에서 모은 각종 폐기물을 싣고 오면 직원 20여 명이 분리, 가공처리(압축, 감용, 파쇄)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생산된 순환 자원은 지난해 말 기준 5만6000t에 이른다. 이는 부산지역 연간 생활폐기물 발생처리량 18만1800t의 30.8%를 차지한다. 연매출액은 100억 원이 넘는다.
회사의 수익 구조와 직결되지만 공공분야에서 담당해야할 일을 민간에서 일정 부분 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셈이다. 또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수거 거부로 인한 쓰레기대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 민간업체를 활용하면 고용창출은 물론 만성적인 쓰레기 적체 해소,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부산시 청소행정은 그동안 포화상태인 강서구 생곡폐기물처리장의 관리 운영을 맡은 주민들의 손에 휘둘려 오다 9월부터 부산환경공단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공공기관의 물량을 받아 처리하는 유일한 민간업체인 동남리싸이클링은 규모나 운영 면에서 부산 최고 수준이다. 부산의 재활용업체는 중간, 최종, 종합을 합해 모두 96개사다. 중소 고물상은 1000여 개가 넘는다. 동남은 2011년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1호 위험성안전평가 인정업체로 선정됐다. 9월에는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순환자원인정서를 받았다.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는 폐기물 정책과 관련해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다. 선진국처럼 아파트를 건축하는 단계에서 폐기물을 차에 실을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정비, 제도적 지원도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활용 용기에 이물질을 넣는 일이 사라지는 등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여 명의 직원에게 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의성과 팀워크를 강조하는 전 대표는 “이제 폐기물 재활용시장도 관치위주에서 벗어나 민간 자율시장에 맡기는 과감한 정책적 변화가 이뤄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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