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 운행기록 모두 제출… ‘화물차 3過’ 엄두 못내는 체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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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20>동유럽의 화물차 안전대책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체코 프리데크미스테크의 물류회사 UI로지스틱에 근무하는 슈테판 레이 씨의 화물차량 
디지털운행기록계(DTG)에 화물운송면허증(아래 사진)이 꽂혀 있다. 체코에서는 면허증과 DTG를 연동해 화물차 운전사의 운전 
행태를 점검하면서 과속, 과로 운전 등을 예방하고 있다. 프리데크미스테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체코 프리데크미스테크의 물류회사 UI로지스틱에 근무하는 슈테판 레이 씨의 화물차량 디지털운행기록계(DTG)에 화물운송면허증(아래 사진)이 꽂혀 있다. 체코에서는 면허증과 DTG를 연동해 화물차 운전사의 운전 행태를 점검하면서 과속, 과로 운전 등을 예방하고 있다. 프리데크미스테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지난해 한국에서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961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4185명)의 23%였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39.4%는 화물차 때문에 화를 입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이 중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도 화물차는 대형 인명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유럽연합(EU) 국가 간에는 화물차 교류가 활발해 공통 안전수칙이 있다. 화물차 사고의 ‘3과(過)’인 과로, 과속, 과적을 막는 엄격한 규정을 지킨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동유럽 국가도 화물차 사고 사망 비율이 한국보다 낮다.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에 위치해 유럽 물류의 중계기지 역할을 하는 체코의 화물차 안전 실태를 살펴봤다.

○ 30년 무사고 비결은 ‘휴식’

“30년 무사고예요.”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체코 프리데크미스테크 지역에 있는 UI로지스틱 화물기사로 근무하면서 24t 트럭을 운전하는 슈테판 레이 씨(56)가 자랑스러운 듯 화물운송면허증을 내밀었다. 사진과 생년월일, 면허 취득일과 갱신일이 적혀 있는 겉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카드를 뒷면으로 돌리니 집적회로(IC)칩이 박혀 있었다.

레이 씨가 운전석 머리 위에 있는 디지털운행기록계(DTG) ‘운전자1’ 칸에 카드를 집어넣자 ‘+1:00h’ 표시가 깜빡였다. 화물차 바퀴가 움직인 지 총 1시간이 됐다는 표시다. 4시간 30분 운전하면 45분을 의무로 쉬어야 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되면 DTG에 알람이 뜬다.

화물차 사고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운전사가 과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체코의 화물차 운전사들은 주당 기본 45시간을 운행한다. 추가 운행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56시간을 넘어선 안 되고 2주간 총 90시간 이하로 일해야 한다. 주간에는 4시간 30분 운전하면 45분간 의무 휴식시간을 갖고, 야간 운행시간인 오후 10시∼오전 6시에는 운행 3시간마다 45분씩 쉬어야 한다. UI로지스틱 체코법인의 김태우 사장은 “의무 휴식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운전사가 벌점을 받고, 운수회사도 벌금을 내기 때문에 잘 지켜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화물차 운전사가 4시간 운전하면 30분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다. 이를 위반한 운송사업자는 10∼30일의 사업 일부 정지 또는 60만∼180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적발 사례가 단 3건에 그쳐 유명무실한 상태다.

○ 과속 막는 속도제한 장치

속도제한 장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레이 씨의 화물차 창문에는 ‘MAX 85km’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3.5t 이상 화물차에는 의무적으로 시속 85km가 넘지 않도록 속도 제한 장치를 달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3.5t 이상 화물차에는 시속 90km 속도제한 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불법 해체 사례가 많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사의 97%가 제한속도인 시속 80km를 초과해 주행하고 있다.

체코 교통부 토마스 네롤트 도로안전과장은 “DTG 보급 전에는 운행시간이나 속도를 속이는 운전사가 많았지만 이제는 매달 운행 정보를 회사에 제출해야 해서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된 운행 정보는 교통부 산하 도로안전센터에서 수시로 단속한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사업용 차량에 DTG 부착이 의무화됐지만 화물차의 운행기록 제출은 의무가 아니어서 지난해 제출률이 34%에 그쳤다.

○ 과적 막으려 잦은 노상 단속

과적은 잦은 단속으로 막는다. 체코 교통부 도로교통센터에서 화물차를 담당하는 파벨 베르그만 팀장은 “매일 장소를 바꿔가며 노상 단속을 한다”고 밝혔다. 단속 때는 적법한 화물운송면허 소지 유무, 음주 검사, 적재물 서류와 무게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검사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UI로지스틱 권경 매니저는 “화물차 운송을 10차례 나가면 6∼7차례는 노상 단속에 걸리고 폴란드 등 일부 국가의 국경에서는 매일 단속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년에 단속 점검을 받는 화물차 수가 전체의 10%가 안 된다.

금요일 오후 1시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에는 화물차가 아예 도로로 나오지 않도록 운행을 금지한다.

프라하·프리데크미스테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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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화물차 안전대책#ic 카드 운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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