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찰과 소방청, 전기안전공사 등은 전날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빌딩 지하 통신구 화재 현장에서 1차 합동 감식을 했다. 지하 1층 통신구 79m가량이 화재로 탄 것을 확인했지만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도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인 만큼 화재 원인을 추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26일 오전 10시 2차 정밀 합동 감식을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먼저 통신구 내 전선에서 전기적 문제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광케이블을 구동시키는 구리케이블에서 전선 피복이 벗겨지며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후화한 전선의 피복이 갈라지거나 벗겨진 곳에 먼지가 쌓이고, 먼지를 통해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발생해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도 “전선 접촉 불량 등 전기적인 이유가 가장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출입을 위해 설치한 통신구 내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비의 누전이나 합선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통신선로는 과전류·과전압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상대적으로 전력선로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조명 전력 등에서 누전이나 합선이 발생한 게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테러나 방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손원배 경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통신 시설은 관리 체계가 철저해 테러나 방화가 어렵겠지만 작은 가능성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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