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필요성’ 판사 논쟁 장외확전…삼권분립 위반 vs 아니다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2시 35분


전국법관회의 의결된 지 일주일…꺼지지않는 불
김태규, 서경환 부장판사 등 법관회의 의결 반발

차성안 판사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해 탄핵 소추 검토를 의결한 법관회의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News1
차성안 판사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해 탄핵 소추 검토를 의결한 법관회의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News1
전국 법원 판사 대표들의 협의체인 전국법관회의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탄핵 소추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뒤 이를 둘러싼 법원 내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당성이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법관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이 나오자 또 다른 판사가 재반박하며 논쟁이 장외에서 확전됐다.

법관회의는 지난 19일 2차 정기회의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한 뒤 이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를 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같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가결은 출석 판사 과반 찬성(참석자 105명중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박빙의 가결 이후 이를 둘러싼 찬반 측 대립은 일주일이 지난 현 시점까지 온라인 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52·21기)는 26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재판 일정상) 부득이 표결에 참가하지 못하고 지를 뜰 수 밖에 없었다”며 “나중에 1표 차로 탄핵안건이 가결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내가 끝까지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나름의 자책감에 장황한 답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발의된 이번 법관 탄핵소추 검토안에 대해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속해있는 법관대표회의 대표들의 결의로 인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젊은 동료 판사가 탄핵소추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이중표 서울동부지법 판사(45·33기)는 이번 법관회의의 의결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며 속기록과 표결 명단을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고도 알려졌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51·28기)는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가결되는 순간 화가 나서 회의장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코트넷에 법관회의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더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이야 말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파동”이라며 “법관회의의 탄핵이 필요하고, 나아가 탄핵으로 의결된 법관들에 대해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법관회의 자체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동시에 전국 법관을 상대로 설문 등을 통해 사법농단 연루 판사에 대한 탄핵 검토안 입장을 다시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는 법관들은 더 있다.

재경지법 A 판사는 법관회의에 대해 “정치세력화가 될 수 있겠다는 위험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사법부가 입법부에 탄핵 소추를 촉구하는 형식에 대해서도 “나중에 정치권에서 너네도 삼권분립이 없는데 우리한테 왜 요구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에 사찰 피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41·35기)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관회의서 나온 탄핵 필요성 의결이 ‘삼권분립 위반’ 이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법관대표의 성격을 문제 삼는 지적에 대해 “(법관회의 결정 등을) 납득하지 못하면 대표를 해임하고 다른 대표를 뽑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 판사는 그러나 자신이 직접 메모한 2차 회의 속기록을 제시하며 “탄핵을 논할 정도로 쉽게 비난할 수 있을지 한번 숙고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법관 대표들은 곤혹스런 상황에서도 진지하고 신중하게 품격있는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전국 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비현실적 주장”이라며 “(법관대표는) 3000명의 전국 판사가 모두 방대한 자료를 읽고 깊은 토론을 할 수 없으니 100명 대표를 뽑아 토론과정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차 판사는 “미국 연방법관대표회의는 징계 논의 중 탄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하원에 탄핵 논의를 요청할 의무를 진다”며 법원의 자체 징계에서 파면 규정이 없는 국가의 경우 탄핵 담당 기관에 소추를 의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법관회의에 참석했던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35·40기)는 24일 코트넷에 법관대표들은 각급 법원의 자율에 따라 선정됐다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김태규 부장판사를 따로 지목하며 “찬성 표결을 한 대표들에 대해 어떤 근거도 없이 막연히 특정 연구회 회원이라서 또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찬성 표결을 했다고 몰아붙이는 억측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모욕적 언사”라고 말했다.

한편 재경지법 C판사는 이번 ‘탄핵소추 검토 의결’을 둘러싸고 판사들이 대립한다는 시각 자체를 부인했다. 반대 측에서 이번 의결을 두고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미 결정된 상황에 따라 국회 선택을 기다리려는 시각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주 사회에서 어떤 논의든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일부가 (의결에 대해) 반발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두고 판사 사회의 갈등 프레임으로 봐선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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