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측이 “비노조 경영 방침은 오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7일 이 의장 등 32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삼성 노조 와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32명이 함께 법정에 선 첫날로, 이 의장은 지난 9월27일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검찰 다스사건 수사팀이 영장 없이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해 이 사건이 진행됐다”며 “영장주의에 위반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노조 경영 방침은 오해”라며 “비노조 경영은 경영철학이나 이념 등으로 거창하게 포장될 개념이 아니다. 공정한 인사제도로 직원 모두 만족하는 상생경영을 실천한다는 문화가 존재할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이라는 인식 아래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와해를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 의장 측은 그러나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매년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해 자회사 협력업체에 지시했다고 주장하는데, 미전실 노사파트 자체 문서일 뿐 삼성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승인한 노사 전략이 아니다”라며 “문건에 불과한데 ‘전략’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사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와 노사파트 업무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조 와해’, ‘고사화’ 등 다소 과격한 용어가 포함되긴 했지만, 교육용 참고자료였을 뿐 실행을 전제로 작성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피고인들 대부분 삼성 관계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많으니 재판 횟수도 많을 것”이라며 “재판에 모두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할 수 있다면 저희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공판 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권리이자 의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며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은 후진적인 제3세계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밤늦게까지 꾸벅꾸벅 졸면서도 재판을 받았다”며 향후 공판에 출석하도록 했다.
다만 사건을 집중 심리해 주 2회 재판을 열어 1심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의장 등은 삼성 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을 설치 및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노조 탈퇴 종용 ▲조합활동 이유로 임금 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 단체교섭 지연 및 불응 ▲재산관계, 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을 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노조 와해 전문으로 알려진 노무컨설팅 업체와 경찰 정보관을 동원하고,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씨 부친을 회유해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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