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 출석
이 사장 “직원 일할 수 있게 배려” 요청…재판부 거절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27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이상훈 사장(전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 임직원 19명이 대거 출석했다. 이 사장을 비롯해 인사팀장을 지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 재판에 출석한 전현직 주요 임직원들은 시종일관 착잡한 표정으로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훈 사장, 원기찬 사장,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32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10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이날 열린 첫 공판은 검찰이 기소한 32명의 피고인이 한자리에 서는 자리였다. 재계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 사장도 지난 9월 27일 검찰에 의해 불구속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20분 일찍 법원에 도착한 이 사장은 별다른 말없이 재판정에 들어섰다.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가볍게 눈을 맞춘 후 피고인석에 앉은 이 의장은 재판장이 인적사항을 묻자 생년월일과 주소지를 직접 말했다.
이 사장 오른편에는 강경훈 인사팀 부사장, 왼편에는 전 인사팀장을 지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앉았다. 이들 외에도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등 삼성그룹의 주요 임직원들이 대거 출석했다.
이 사장은 첫 재판이라 긴장한 듯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꼿꼿이 기댄 채 앉아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이 공소요지를 밝힐 때는 턱에 손을 괴는가 하면 몸을 앞으로 기울여 재판정 내의 모니터 화면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이 사장 측은 노조 와해와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사장 변호인 측은 “그룹노사전략은 다소 과격한 용어가 사용됐지만 교육용 참고자료일뿐 실행을 전제로 한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진술 기회를 얻은 이 사장은 재판장에게 임직원들을 위한 배려를 당부했다. 그는 “여기 있는 피고인들 대부분이 삼성 관계사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재판 횟수도 많을 거 같은데 가능하다면 재판장님께서 저희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소된 피고인 중에는 이 사장 같은 최고위 임원 외에도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몸담은 실무진들도 다수 있는데, 이들이 잦은 재판 출석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의무”라며 이 사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본인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하면 구인할 수도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구속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재판부의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으니, 출석해서 자신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보라”면서도 “질질 끌면 이 사장의 말처럼 (삼성 측에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원기찬 사장,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도 진술 기회를 통해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첫 공판은 이날 오후 4시15분에야 끝났다. 공판이 끝난 뒤 이 사장은 구속된 상태인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 등과 가벼운 목례를 나누기도 했다. 법정에서 나온 이 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라타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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