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콘크리트 부서지고 철근 부식… 2014년 안정성 검사때 D등급 받아
부두 폐쇄땐 화학연료 수급 차질… “새로운 항만시설 갖춰야” 지적
여수국가산업단지는 5123만㎡ 부지에 283개 기업이 있는 동북아 허브 석유화학단지다. 여수산단은 근로자 2만여 명이 일해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동북아 석유화학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의 화학제품 원료 공급 통로인 낙포부두가 노후화돼 새로운 항만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여수상공회의소와 전남도,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산단 석유화학 기업들이 광양항 여천지역 부두 20곳을 통해 처리한 물량은 1억4455만 t이다. 이들 부두 20곳 중 4곳은 암모니아, 황산, 가성소다를 비롯해 에탄올, 메탄올 등 화학제품 원료를 전용 처리하는 화학공업제품 부두다.
길이 1050m 낙포부두는 배 5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낙포부두의 5선석은 1979년 완공됐다. 각종 화학제품 원료를 배에서 탱크로 옮길 수 있는 89개의 파이프라인이 설치돼 있다.
낙포부두는 여수탱크터미널을 통해 33개 업체에 화학제품 원료를 공급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돼 바닥 콘크리트가 부서지고 철근이 부식됐다. 이로 인해 2014년 안정성 검사에서 D등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낙포부두가 언제든지 E등급으로 낮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E등급을 받으면 낙포부두가 폐쇄돼 기업들은 화학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015년 낙포부두를 새로 짓는 리뉴얼 사업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벌였지만 4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이 시급하지만 1606억 원의 예산이 소요돼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어 예비 타당성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포부두가 폐쇄되면 다른 부두를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거의 매일 정체 현상을 빚는 광양항 여천지역 부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수산단(5123만 m²)에는 기업 283곳에서 2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액은 80조 원, 수출은 327만 달러에 이르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지역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산단은 부두시설이 부족해 해마다 체선율이 올라가면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낙포, 중흥, 사포, 석유화학부두 4곳은 체선율이 18∼38%에 달한다. 이는 선박 100척 중 18∼38척이 접안을 위해 12시간 이상 해상에 대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여수산단이 천혜의 항만조건과 석유화학시설 집적화로 동북아 석유화학허브로 도약하고 있지만 낙포부두가 폐쇄되면 화학원료 공급 차질뿐 아니라 석유화학허브 기능 약화와 고용 감소, 공장 운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낙포부두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는 남해화학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비료의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낙포부두가 폐쇄될 경우 연간 추가 비용이 400억 원 이상 발생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병식 여수상의 조사진흥본부장은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낙포부두가 폐쇄되면 화학제품 원료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새 낙포부두 건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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