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키로 하자 시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울산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나온 시의회 결정이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전체 4년 임기 가운데 2019년과 2020년 전반기 2년은 의정비를 동결하는 대신 하반기 2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연간 2.6%)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5814만 원인 의정비가 2.6% 인상되는 첫해인 2021년에는 5918만 원, 2022년에는 6025만 원이 된다. 이 인상안은 29일 열리는 울산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울산시의원들이 받는 의정비는 17개 광역의회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부산(5724만 원), 대구(5760만 원), 대전(5724만 원), 광주(5576만 원) 등 울산보다 인구가 많은 광역의회보다 의정비가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인상키로 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울산은 조선업 경기 침체로 2015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34개월째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실업자가 급증해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는 올해 4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는 등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울산시의회는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정비 인상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의원 22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5명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 등 9명은 의정비 인상에 반대했으나, 민주당 소속 13명은 찬성했다. 시의원 가운데 91%인 20명이 초선이어서 ‘의정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의정비부터 인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신성봉 중구의회 의장은 26일 민주당 울산시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월급 200만4000원을 받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어렵게 꾸려가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도부터 마련해놓고 의정비를 인상하는 것이 선출직의 도리”라고 말했다. 기초의원 3선인 신 의장이 소속된 중구의회 의정비는 4189만 원이다.
바른미래당 울산시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분기 울산의 실업률이 5%에 육박하는 등 조선업 불황은 깊어지고 자동차 산업도 침체되고 있다. 시의회는 의정비 인상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경제위기 극복 정책 개발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노동자들의 삶을 헤아려 현재 받고 있는 의정비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결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인상을 추진하는 게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시민의 요구에 대한 답변인가”라고 밝혔다.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26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광역의회에서도 의정비 인상을 확정했거나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를 반영해 하반기 2년간 인상하기로 했다. 고뇌의 결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한편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다음 달 중순 각각 6박 8일과 3박 4일 일정으로 터키와 중국으로 ‘공무국외여행’을 떠난다. 앞서 환경복지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9월에 싱가포르와 러시아를 다녀왔다. 의정비와 별도로 울산시의회에는 의원 한 명당 해외연수비 250만 원과 의정운영 공통경비 850만 원 등 연간 11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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