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상인들 자리 잡으며 세련된 상품으로 고객 발길 유인
금속공예 등 맞춤형 제작 인기
최근 대구 중구 교동 대구패션주얼리특구에 청년 예술가 상인이 차린 한 도예 공방에서 시민들이 자녀와 함께 도자기 제작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 제공
23일 대구 중구 교동의 한 골목. 빛바랜 전자제품 상점 간판들 사이로 깔끔하게 흰색으로 외벽을 단장한 1층 상점이 눈에 띄었다. 출입문 옆에는 가로 30cm, 세로 60cm 크기의 황동색 동판에 가게 이름이 영문 필기체로 적힌 간판이 달려 있었다.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탁자에는 반지와 목걸이를 비롯한 각종 액세서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은 액세서리 제작을 체험할 수 있는 금속공예 전문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가게는 간판이 녹슬고, 외벽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방치된 곳이었다.
계명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김현민 씨(32·여)는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해 9월 이곳에 가게를 냈다. 김 씨는 “개업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벌써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며 “2시간 정도 걸리는 커플링 맞춤 제작 체험을 하루에 최대 다섯 커플만 예약을 받는데 한동안 주말 스케줄이 꽉 찼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빈 점포가 늘어나던 중구 교동 대구패션주얼리특구에 자리 잡은 청년 예술가 상인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독특하고 참신한 디자인의 자체 제작 상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다.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은 올 8월부터 산하 주얼리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지역의 주얼리학과와 공예 관련 학과를 졸업한 청년 예술가 15명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공모에 선정돼 예산 5억 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올 7월 지역의 관련 학과 출신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창업 아이템과 기술 전문성 등을 평가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청년 예술가 상인에게는 2020년 7월까지 2년간 매월 최대 50만 원의 임차료와 제품 개발비, 창업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교동은 귀금속 골목과 전자상가로 유명하지만 한동안 경기 침체와 도심 공동화로 이중고를 겪었다. 청년 예술가 상인들은 교동 곳곳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민 가게를 차렸다. 은공예와 금속공예, 진주공예, 섬유공예, 귀금속, 도예 등 분야가 다양하다.
올 8월 교동의 한 상가에 문을 연 윤석진 씨(26)의 금속공예 공방은 맞춤형 주문제작 액세서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윤 씨는 “고객이 원하는 재료와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맞춤 제작해 판매하다 보니 반응이 좋다”며 “액세서리 제작 체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여진 씨(26·여)의 도예 공방은 주변 귀금속 판매점 상인들이 먼저 찾고 있다. 구 씨는 “가게를 차리기 전 주변 귀금속 가게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상인들과 잘 안다”며 “상인들이 먼저 와서 반지나 팔찌, 목걸이 등을 진열할 수 있는 도자기 작품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청년 예술가 상인들을 반기고 있다. 황해범 대구패션주얼리특구상인회장은 “청년 예술가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손님도 늘어나는 것 같다”며 “기존 상인들도 수십 년간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청년 상인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류규하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 이사장(중구청장)은 “내년에 추가로 5명 정도 지원 대상을 선발할 계획”이라며 “2년간의 창업 지원이 끝난 뒤에도 디자인이나 제조 공정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장비를 무료 지원해 이들의 시장 정착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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